[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코로나19로 위생가전이 급성장한 가운데, 의류관리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1위 LG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LG전자 제품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누수 논란에 휩싸이자, 삼성전자는 경쟁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저격을 불사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에어드레서' 대용량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의류관리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가 45%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LG 스타일러의 점유율은 1년전인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70%에 해당됐지만 최근 들어 50%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타사와 차별화된 삼성전자의 미세먼지·냄새 관리 기능 등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결과로 해석된다. 에어드레서는 LG 스타일러에 없는 '미세먼지 제거 필터'와 '냄새분해 필터' 등이 탑재됐다. 이를 통해 옷감에서 털어낸 미세먼지가 제품 내부에 잔류하거나 집안으로 흘러들어오지 않으며, 스팀만으로 없애기 힘든 냄새를 말끔하게 제거해준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힌 데 그치지 않고, 강도높은 공세를 통해 역전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 LG 스타일러 소비자 사이에서 제품 하단의 물고임 현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의 광고 영상을 통해 "타사 스타일러는 무빙행어 방식의 진동으로 제품에 틈이 생겨 물이 샐 수 있다"며 해당 논란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시중의 다른 의류관리기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제품의 특성이고 삼성 에어드레서 매뉴얼에도 명시되어 있다"며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비방 광고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류관리기의 특성상 물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이를 누수되지 않도록 설계해 에어드레서에서는 한번도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의류관리기를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 경쟁사의 누수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모두 그럴거라고 생각해 시장 자체가 쪼그러들까 우려가 있었다. 우리 제품은 안심설계해서 문제 없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현장형으로 틀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가 지난해 LG 건조기 사태 당시 삼성전자가 '안심 건조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과 유사한 패턴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사의 고전을 틈타 점유율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LG 건조기 사태 이후인 7월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며 연말까지 국내 건조기 시장 1위에 오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G 건조기 때처럼 의류관리기 관련 논란이 확산될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삼성도 이를 알고 논란을 키우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가전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신경전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 신가전 분야에서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