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삭감을, 노동계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을과 을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동결을 요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은 지난 3년간 이미 30% 넘게 올라 기업 현장에선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사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곳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동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삭감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종석 소공연 부회장은 “소상공인들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하다”면서 “노동계의 요구안은 절망감까지 들게 하고, 소상공인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최저임금 삭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계의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가 힘들어진 만큼 내년 최저임금을 깎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익위원들도 최저임금을 삭감할 경우 실업급여와 같이 최저임금에 연동된 지원금이 줄줄이 깎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삭감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가 팽팽히 맞서면서 작년과 같은 을의 갈등이 반복될 조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 당시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동결을, 노동계는 인상을 주장하며 대립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된 경우가 없었던 만큼 올해도 적정 선에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인상 폭을 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1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제출했다. 경영계는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