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고속버스 요금이 평균 9% 인상된다. 이에 프리미엄 고속버스 일부 구간 요금이 KTX보다 비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격 역전 현상이 버스 업계의 재정난을 가속화하면 수익이 안 나는 노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교통 양극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서울~부산 등 프리미엄 고속버스, KTX보다 비싸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속버스 운임 상한이 다음달 1일부터 9% 인상된다. 요금 인상은 버스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2023년(5%) 이후 3년 만이다. 반면 고속버스의 대체 교통 수단으로 분류되는 KTX는 지난달부터 요금이 평균10% 인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SRT 운영사 SR과 통합하면서 KTX 요금을 SRT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이런 요금 체계는 최소 3년간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레일과 SR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요금 인하를 3년간 유지하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구간에서 고속버스가 KTX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 프리미엄 고속버스 요금은 5만1600원에서 5만6200원으로 오른다. 같은 구간 KTX 요금(5만3800원)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요금 변경 전까지만 해도 KTX 요금이 5만9800원으로 더 비쌌다.
서울~대전 프리미엄 고속버스 요금도 2만1500원에서 2만3400원으로 올라, KTX(2만1600원)보다 비싸진다. 서울~목포도 4만68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인상되면서 KTX(4만7500원)보다 비싸진다.
◇ 버스업계 경영난 심화… 해외선 버스 요금이 기차의 3분의1~2분의1
이런 가격 역전이 버스 업계 재정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버스는 KTX보다 이동시간이 길지만 요금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버스 대비 기차 요금이 2~3배 정도 비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대비 KTX 요금이 10% 정도 비싼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시외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19년 54만명에서 지난해 27만명으로 절반으로 줄었고, 고속버스도 8만3000명에서 5만8000명으로 약 30% 감소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고속버스 운영사들의 적자액은 약 1029억원으로 매출 5115억원의 20.1% 수준이다. 시외버스도 1785억원 적자로 매출 1조503억원 대비 적자율이 17%에 달했다.
◇ "승객 줄면 비수익 노선부터 축소"… 李 "교통 양극화 대책 마련" 지시
문제는 노선 축소가 교통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시외버스 노선은 2019년 3335개에서 작년 3177개로, 고속버스는 208개에서 164개로 줄었다.
김순경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상무는 "노선을 줄이거나 운행 횟수를 줄일 때 수익이 없는 노선부터 우선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며 "철도가 없고 버스만 간간이 다니는 시골이나 농어촌 지역에서 버스가 없어지면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고속철도역이 있는 지역에 있는 사람은 편하게 싸게 빠르게 이용하겠지만, 그 외 지역은 시외버스·고속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것도 일종의 교통 양극화를 초래하는데 대책이 뭔가"라며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 양극화와 코레일의 재무 부담을 고려하면서도 물가 등 국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