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몇 십 원이라도 아끼려 주유소를 찾았던 운전자들이 황당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부산 사하구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직원의 실수로 휘발유 저장 탱크에 경유가 섞여 들어가는 혼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기름을 넣은 차량만 무려 180여 대, 차량 정비비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청구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단 한 번의 기름 주입 오류가 수백 대 차량의 연료 계통과 엔진을 망가뜨리고, 피해 차주들에게 막대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안긴 대형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주유소 측이 피해 보상을 약속하고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직원 한 사람의 인적 실수(Human Error)'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혼유 사고가 갖는 위험성은 단순한 수리비 문제를 넘어선다. 주행 중 엔진이 갑자기 꺼지거나 이상 반응을 일으킬 경우, 도로 위에서 2차 추돌 사고 등 대형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치명적인 안전 위해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장 탱크에 유종을 주입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이나 이중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현재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가짜석유나 품질 부적합 석유 판매 시 사업정지나 최대 3,000만 원~1억 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후의 후속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주유소 현장에서 이러한 실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적·제도적 방어막'이다. 유종별 주입구 규격을 물리적으로 달리하거나, 유체 감지 센서를 통해 혼유를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 도입 등 현장 관리 체계의 표준화가 시급하다.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주유소 저장 탱크 자체의 유종이 섞여 버리면 소비자는 방어할 방법이 없다. 이번 부산 혼유 사태는 기름을 파는 유통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시스템 부재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만드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지자체와 한국석유관리원은 엄정한 행정처분에 그치지 않고, 전국 주유소의 유종 주입 프로세스와 안전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도로 위 안전과 직결된 주유소 관리는 '실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