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유소에 가면 조금 이상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기름값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국제유가는 오히려 크게 뛰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60.2원으로 전주보다 1.1원 내렸다. 경유도 1,844.5원으로 0.7원 하락했다.
무려 16주 연속 하락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99.9달러까지 올랐다. 일주일 만에 7.6달러나 상승한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국제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도 함께 뛰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국제유가는 오르는데 왜 우리 동네 주유소 기름값은 떨어지고 있을까?
나는 이걸 단순히 ‘기름값이 내려갔다’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 주유소 가격에는 국제유가가 바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움직인 뒤 국내 주유소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통상 2~3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지금 우리가 주유소에서 보고 있는 가격은 어쩌면 ‘현재 국제유가’가 아니라 몇 주 전 국제유가의 흔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중요하다.
현재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몇 주 뒤 국내 주유소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진 것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길목이다.
이곳을 지나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운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만 커져도 국제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기에 러시아 정유시설 문제까지 겹치면서 연료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기름값을 단순히 ‘자동차에 넣는 비용’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름은 거의 모든 물건의 이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트에 들어오는 식재료도 트럭이 운반한다.
택배도 차량이 움직여야 한다.
배달 음식도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필요하다.
공사 현장의 장비와 농기계에도 연료가 들어간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물건을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름값이 오르면 가장 먼저 주유비가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송비와 물류비를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기름 한 리터의 가격이 우리의 장바구니와 연결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9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인 갤런당 4.1474달러를 기록했고, 경유 가격은 갤런당 5.85달러로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절을 전후해 여름철 자동차 여행 수요가 줄면서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나는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국제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결국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면서 국내 가격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고 있다. 현재 휘발유 최고가격은 리터당 1,784원, 경유는 1,773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만으로 모든 부담을 계속 흡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기름값이 오르는 순간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생활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주유비까지 다시 올라간다면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거의 모든 가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지금의 ‘16주 연속 기름값 하락’이라는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주유소 가격이 내려갔다고 안심하기에는 국제유가가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주유소에서 보고 있는 가격은 폭풍이 오기 전의 마지막 평온한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국제유가가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동 상황이 안정되거나 공급 차질 우려가 줄어들면 국제유가가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제유가의 영향을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번 일을 보면서 ‘기름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볼 때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국제유가가 왜 움직였는지, 그 가격이 언제쯤 우리 생활에 반영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오늘 기름값이 10원 내려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몇 주 뒤 가격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내려가고 있는 기름값.
그런데 정말 내려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아직 국제유가 상승의 청구서를 받지 않았을 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