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 비중 15.9%까지 감소…10여년 전보다 절반 이하
법정화폐라도 현금거부 곧바로 불법 아냐…‘선택권’은 과제
"죄송하지만 현금 결제는 안 됩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안내입니다. 신용카드는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까지 일상이 되면서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이른바 '현금 없는 매장'도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지갑 속 지폐와 동전은 엄연히 한국은행이 발행한 돈인데, 가게가 이를 받지 않겠다고 해도 괜찮은 걸까요. 반대로 소비자가 현금으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매장은 반드시 받아야 할까요.
10번 결제해도 현금은 1~2번
우리 일상에서 현금의 자리는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결제 건수 기준 가장 많이 사용된 지급수단은 신용카드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체크카드 16.4%, 현금 15.9%, 모바일카드 12.9% 순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뚜렷합니다. 2013년 전체 결제 건수에서 현금이 차지했던 비중은 41.3%였습니다. 10여년 전에는 물건을 10번 살 때 네 번 정도 현금을 꺼냈다면 이제는 한두 번 정도에 그치는 셈입니다.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확산된 데다 키오스크와 무인매장까지 늘면서 사업자가 현금을 취급할 필요성도 줄었습니다. 현금을 받지 않으면 거스름돈 준비나 마감 정산의 번거로움을 덜고, 분실이나 도난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금이 필요 없는 지급수단이 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대면거래에서 현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88.0%에 달했습니다. 사용 빈도는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현금을 꺼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현금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모든 소비자가 같은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법정화폐인데 거부해도 될까
그렇다면 가게가 현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요. 한국은행법 제48조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결제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현금을 법화로 인정하는 것과 모든 소매점에 현금 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일반적인 상거래에서 모든 사업자에게 현금 수취를 일률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대신 주목받는 것이 '현금사용 선택권'입니다.
한국은행은 현금사용 선택권을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결제수단에서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더라도 현금이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현금 없는 매장이 늘어날 경우 디지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어린이, 일부 외국인 등이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카드사나 은행의 전산·통신 장애로 전자결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현금은 대체 지급수단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현금을 적게 사용하는 것과 현금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으로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더욱 확산되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낼 일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스마트폰 결제가 가장 편한 방법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갑 속 만원짜리 한 장이 가장 익숙하고 확실한 결제 방법일 수 있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가는 지금, 현금이 언제 사라질지를 고민하는 것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느냐도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