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지하철 역사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습니다. 등산복 차림의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고, 평일 낮 시간대에도 좌석의 상당수를 노년층이 채우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둘러싼 논쟁도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복지이고,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이라는 사실이 이 문제를 쉽게 풀리지 않게 만듭니다.
1984년에 만들어진 약속
서울 지하철에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4년의 일입니다. 당시로서는 고령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경로 우대와 이동권 보장이라는 취지에 사회적 이견도 크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은 자가용이나 택시에 비해 어르신들이 접근하기 쉬운 대중교통이었고, 무임승차는 이들의 사회 활동과 여가를 지원하는 상징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의 선의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도시철도 공사의 만성 적자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지방 도시철도 공사들은 매년 적자 규모를 발표하며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위한 국비 지원을 정부에 요구해 왔습니다. 정확한 손실 규모는 기관과 연도에 따라 다르게 집계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부가 국비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정작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키우는 딜레마
더 큰 문제는 이 부담이 앞으로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운임을 부담하는 생산연령 인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현재의 무임승차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현실에서 이동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섣불리 movement 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대안을 둘러싼 온도차
이런 이유로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상향하거나,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하거나, 출퇴근 혼잡 시간대 이용을 제한하자는 제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노인 단체들은 이동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감지됩니다. 청년층 일부에서는 자신들이 낸 세금과 요금이 고령층 복지에 쓰이는 구조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든 나름의 근거가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단순히 세대 갈등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노인 복지와 재정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제도를 만들 당시의 취지를 지키면서도 달라진 인구구조를 반영한 현실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그 논의는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대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하철 요금 문제를 넘어, 우리가 고령사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