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2026.09.05

호르무즈 파병, 동맹보다 국익이 먼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수송로의 안전을 이유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입국에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파병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선택이 아니다. 우리 장병의 생명과 국민의 생활, 기업의 비용이 함께 걸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생명선이다. 중동에서 들여오는 원유와 가스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해협에서 충돌이 벌어지거나 항행이 막히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유가와 운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결국 그 부담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호르무즈의 안정이 우리의 국익과 직결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호르무즈의 안전과 한국군 파병을 하나의 문제로 묶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한국 역시 중동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고, 안전한 해상교통의 혜택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함께 항행의 자유를 지키자는 요구에는 우리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그 답이 반드시 군사적 파병일 필요는 없다.

정부가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한국에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중요한 축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의 모든 군사적 요구에 같은 방식으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방위와 한반도의 평화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적 충돌에 한국군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미국에 다른 협력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을 위한 정보 공유, 구조·구난, 우리 선박 보호, 국제적인 해상 안전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원유 비축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군대를 보내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더 걱정되는 것은 파병 그 자체보다 파병 이후다.

처음에는 해상초계나 호송 같은 비전투 임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미사일과 드론이 오가는 곳에서 ‘비전투’라는 이름이 장병의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우리 함정이 공격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만히 있으면 장병을 위험에 빠뜨리고, 대응하면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돌이 확대되면 철수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처음의 임무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대를 보내는 결정은 정부가 할 수 있지만, 전쟁의 다음 장면까지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파병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방위비나 무역, 군사협력 등 다른 현안에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도 있다. 이 비용 역시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 부담과 우리 장병의 생명을 전쟁 위험에 노출시키는 문제는 같은 저울에 올려놓을 수 없다. 동맹을 소중히 여길수록 오히려 어디까지가 우리의 책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이 호르무즈 문제에서 손을 떼자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협력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중동의 군사적 충돌에 직접 뛰어드는 결정은 별도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동맹은 한쪽의 요구를 다른 쪽이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계약이 아니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서로 다른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자기 판단을 존중하는 관계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요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나라는 아니다. 우리 국군의 첫 번째 임무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해야 할 때는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젊은 장병을 어디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그 판단까지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

호르무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선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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