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토 프리미엄 2일 전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장애인의 몸으로 키오스크 사용을 거듭 실패하는 닥터X의 한 장면에서 재차 느꼈던 키오스크의 불편함을 떠올리며..


요즘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한 잔을 주문하려면 선택할 것이 제법 많아졌다. 매장에서 마실지 가져갈지 고르고, 컵 크기와 온도를 정하는 곳도 있다. 추가 메뉴 안내를 지나 겨우 결제 화면에 도착하면 적립 여부를 묻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잠깐의 과정이지만, 처음 보는 화면 앞에서는 어디를 눌러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이때 뒤에 사람이 한 명이라도 서 있다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잘못 눌러 돈이 더 나가는 것은 아닌지, 주문을 취소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 신경이 쓰이기 때문인데.. 기계를 다루는 어려움에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는 부담까지 얹히는 셈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쉽게 '기계를 잘 못 쓰는 사람의 문제'로 받아들이거나 조금만 배우면 될 일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간단한 주문이 누구에게는 도움을 청해야 하는 일이 됐다면, 사용법과 함께 주문 방식 자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3%으로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모두 디지털 기기에 서툰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시력과 신체 조건, 서로 다른 사용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든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과 사진을 주고받는 일에는 익숙해도, 처음 접하는 앱에서 본인 인증을 하고 결제를 마치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디지털정보격차 조사는 기기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지, 기기를 다룰 역량이 있는지, 서비스를 얼마나 활용하는지를 구분해 살핀다. 기기를 갖추는 것과 필요한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차이를 일상에서 조금 더 세심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특히 "스마트폰도 쓰시면서 이것은 왜 못 하세요"라는 말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쓰는 기능도 누군가에게는 오늘 처음 해보는 일일 수 있다. 젊은 사람 역시 낯선 무인 주차 정산기나 복잡한 온라인 신청 화면에서는 한참을 헤맨다. 익숙함은 능력처럼 보이지만, 상당 부분은 반복해서 사용한 경험에서 나온다.

도움을 주는 방식도 생각해볼 만하다. 급한 마음에 옆에서 대신 눌러주면 당장의 주문은 빨리 끝난다. 그러나 다음에 혼자 방문했을 때 같은 곳에서 다시 막힐 수 있다. 상대가 원한다면 직접 화면을 누르도록 기다려주고, 어느 단계에서 어려웠는지 짧게 설명해주는 편이 다음 이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바쁜 매장에서 직원 한 사람의 친절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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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비스 설계가 중요하다. 첫 화면에서 주문 시작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 글씨와 가격이 잘 보이는지, 잘못 선택했을 때 돌아갈 곳이 분명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결제 직전에는 주문 내용과 총금액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버튼이 있다면, 그것을 눌렀을 때 실제로 누구에게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매장마다 인력과 운영 여건이 다른 만큼 대면 주문 창구를 항상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하더라도 기기 이용이 어려운 손님이 주문할 방법까지 사라져서는 곤란하다. 직원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안내를 눈에 띄게 붙이거나, 혼잡한 시간에 짧게 이용을 돕는 방식처럼 각 매장에서 가능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용자가 무엇을 몰랐는지보다 어디에서 자주 멈추는지를 살피면 개선할 부분도 더 구체적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실제로 키오스크 사용에 실패해 직접 주문하길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몇 회 있어봐서 결국 이용을 포기하고 나오며 기분까지 상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가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앱 사용법을 알려드릴 때 한 번에 여러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자주 하는 일 하나를 함께 끝까지 해보는 편이 낫다. 설명하는 사람에게 쉬운 순서와 배우는 사람에게 이해되는 순서는 다를 수 있다. "지난번에도 알려드렸잖아요"라는 말이 나오려 할 때, 그동안 혼자 연습할 기회가 있었는지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 마치 그분들이 우리의 영유아기때 하나하나 기다려주며 가르쳐주셨던 것 처럼 말이다.

이처럼 무인 주문기는 주문과 결제를 편리하게 해주면서도 그 편리함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려면 처리 속도만큼 이용 과정도 중요하게 봐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화면 앞에서 잠시 망설여도 재촉받지 않고, 실수해도 쉽게 고칠 수 있고,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내 바램은.. 누군가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사는 일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주문을 마칠 수 있을 때, 그 기기는 비로소 더 많은 사람에게 편리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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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과속거북이 P · 2일 전

사실 키오스크는 나도 너무 어려울때가있어요

마토 P · 2일 전

네, 드라마 상에서 닥터 X 계선생이 시원하게 내뱉는 불만이 우리들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속거북이 P · 2일 전

친정아빠도 메가단골이신데 키오스는 넘어렵다고 다행히 알바생이 거긴주문받아준다고하시더라구요 80이넘은 울아빠가 키오스크쓰기 힘들것같긴해요 저도힘든데

마토 P · 2일 전

저는 컴퓨터나 배운것 정도는 다 잘하는데 이상하게 키오스크는 어렵더라구요 아마도 조작 자체보다는 (배우면 언제든 하겠지요) 뒷사람 기다리는데 헤맬까 두렵기도하고 그러다가 일부러 차례를 양보하거나 포기하게도 됩니다. 남에게 폐끼치는걸 좀 안좋아해서 너무 몸사린다고 아들이 그냥 하라는데도 전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키오스크 있는 곳은 아들이랑 가곤 했었어요. 요즘 친구들은 어쩜 그렇게 빠릿하게 잘하는지 ㅋㅋ 역시 공감하시네요

과속거북이 P · 2일 전

어려워요 저도가끔결제하다 앞단계못해 첨부터 다시하기를 겁내 화나요

마토 P · 2일 전

그렇죠. 이 문제는 한 세대가 교체되어야 좀 나아질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계속 발전하는 기술을 익혀가려면 지금 세대도 또 구세대가 될테니까 늘 이런 문제는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도라에몽 P · 2일 전

오 ㅋㅋㅋ

마토 P · 2일 전

^--^ 오~~

성
성하기 G · 2일 전

환영합니다~

마토 P · 2일 전

너무 감사드려요 ^^ 이 공간에 폐가 안되게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