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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미 거버넌스 어제

자율주행차, 운전만 잘하면 되는 걸까

시각장애를 가진 지인에게 바우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일이 좀 편해졌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바우처 차량이 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제도인 한편, 기사와 함께 약속 장소를 다니다 보면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것 같아 조금 불편한 면도 있다고 했다. 자가용 기사를 둔 셈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겠느냐고 농담처럼 답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율주행 택시로 이어졌다. 기사가 필요 없는 택시가 보편화되면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노인, 늦은 밤 귀가하는 취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시작 장애자 입장에서는 운전자가 사라진 택시를 이용하기에는 남는 문제가 너무나도 많다며 열거하기 시작하니 일반인 입장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발생 가능한 심각한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중국 선전에서는 자율주행 기업 포니AI가 2025년 완전 무인 유료 운행을 위한 시 전역 허가를 받았다. 다만 실제 서비스는 난산·첸하이·바오안 등 일부 지역부터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중국의 자율주행 택시는 기술 시연을 넘어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허가 범위와 실제 운행 범위는 다소 구분해야 한다.

한국도 변화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심야 자율주행 택시는 2024년 9월 운행을 시작해 2026년 4월 유료화됐고, 같은 해 8월 19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험운전자가 동승하고 있고, 일부 골목길에서는 수동으로 운전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전국 어디서나 호출할 수 있는 완전 무인 택시와는 아직은 거리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4년 무인 자율 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의 법·제도 개편 방안을 연구했는데, 운송 사업 제도부터 사고 책임, 운영·관리 체계까지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2025년에는 도로 구간별 주행 난이도를 평가하는 연구도 발표했다. 좁은 골목과 경사진 도로, 복잡한 교차로, 겨울철 결빙 등 한국의 도로 환경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실제 운행 조건에 맞춰 검증하는 일은 필수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이 진행되어 자동차가 자율로 다닌다고 해도,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는 것과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각장애인은 도착한 자율 차량을 어떻게 알아보고 혼자 문을 열고 탈까.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노인이 내리다 넘어지면 누가 대응할까. 취객이 차 안에서 의식을 잃거나 승객 간 다툼과 범죄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호출 앱의 접근성, 승하차 안내, 비상 연락과 응급상황에 대응할 방법까지 마련하지 않으면 택시 운전자의 부재가 탑승객에게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노동을 줄이고 이동의 자유를 넓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해오던 역할에는 길을 찾고 차를 모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객의 상태를 살피고 돌발 상황에 판단을 내리는 일도 있다. 기술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대신할 수 없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미래의 택시가 얼마나 정교하게 달릴지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기술을 적용하고 현실에 적용하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이름나 있다. 누구나 안전하게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자율 택시라면 얼마든지 운영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전에 운전의 자동화가 곧 돌봄의 자동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와 제작사와 택시 운용사에게 먼저 제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율 주행의 진정한 성패는 운전대를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사라진 뒤에도 사람에 대한 책임을 남겨두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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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마토 P · 어제

저도 자율주행차에 대해서 자동차 덕후인 아들과 정말 다양한 대화를 해봤었는데 위에 글을 읽다보니 우리가 생각하고 과제라고 느끼던 부분도 다 있네요. 항상 깊이있는 글 감사드립니다

성
성하기 G · 어제

운전자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