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꽃쇼 등에서 보는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쇼는 과학기술이 선사하는 정말 멋진 즐거움이다.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이 음악에 맞춰 건물, 유명 인물 등의 형상을 만들어내눈 정교한 비행과 화려한 빛의 향연에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이 멋진 똑같은 기술이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되고 있다. 밤하늘의 드론을 보며 감탄하는 순간에도 드론의 공격을 피해 몸을 숨기는 사람들이 있다.
군사적 필요에 따라 개발된 무인 항공기는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치며 정찰과 감시 기능을 발전시켰고, GPS와 디지털 영상,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론은 더욱 정교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저렴한 상업용 드론까지 정찰과 표적 식별, 공격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현대전의 핵심 장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적 우위에 맞서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방의 지원과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저항 의지 등이 있었지만 드론도 그 여러 요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전쟁터의 드론을 움직이는 것은 비행 기술만이 아니다. 수많은 영상과 정보를 분석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작전 판단을 지원하는 데이터 기술이 함께 작동한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란티어는 우크라이나에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지원 기술을 제공해 왔다. 전장의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드론과 결합하면서 전쟁은 무기와 병력의 숫자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고 작전으로 연결하느냐를 겨루는 양상으로 확장됐다.
이 지점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팔란티어가 주식시장에 막 등장했을 때, 첨단 기술을 현실의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능력에 매혹돼 적극적으로 그 주식을 매입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가능성에 투자하고 싶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기업 정신과 군사 분야 사업, 트럼프 2기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결국 보유 주식을 모두 팔고 다시는 손대지 않기로 결심했다. 기술의 혁신성에 대한 기대와 그 기술이 실제로 쓰이는 방향 사이에서 갈등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전쟁에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임을 자처한다. 팔란티어의 빠른 기술 발전을 전하는 정보를 접할 때마다 속으로는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우크라아나 또는 팔레스타인 등에서 대민 살상용으로 쓰이고,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되는 현실을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술의 군사적 활용만으로 그 기술의 모든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은 의료와 재난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며 누가 그 결과에 책임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드론이 정찰 장비에서 살상 무기로 진화했듯, 기술은 활용 방향에 따라 생명을 구하는 힘도, 생명을 빼앗는 힘도 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결합한 자율 비행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개입이 줄어든 채 표적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무기도 늘어날 수 있다. 모든 판단을 기계에 맡기는 전쟁이 당장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인간의 판단과 통제가 뒤로 밀려날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그 위험을 통제할 제도와 국제적 규범도 발전해야 한다.
비행기의 발전이 세계대전에서 대규모 파괴와 희생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기술이 초래할 위험을 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위험을 불가피한 운명처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인간의 통제와 국제적 규범, 책임 있는 제재를 통해 기술의 오용을 억제해야 한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드론과 전쟁터에서 사람을 겨누는 드론은 같은 기술의 두 얼굴이다. 기술의 발전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힘이 어디를 향하는지 묻는 일 또한 우리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