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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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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태은입니다.
18년 만의 개혁

2025-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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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우리도 연금 받을 수 있을까? 난 아무리 바빠도 연금 관련 뉴스는 꼭 읽어봐"
어느 날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갑자기 나중에 연금 못 받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한 적이 있는데요. 어제는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일명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지난 20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21대 국회부터 논의해도 장기간 표류하던 연금 개혁이 드디어 여야 합의를 이룬 겁니다. 어지러운 탄핵 정국이 이뤄낸 단 하나의 성과로, '책임질 자'가 명확하지 않은 권력 공백 상황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역설입니다. 당장 대수술이 시급한 연금 개혁이 18년 만에 통과된 걸 보며 한국 정치의 비효율성을 또 한 번 체감합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는 돈'인 보험료율이 현행 9%에서 13%로 오릅니다.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8년 동안 인상될 예정입니다. 둘째, '받는 돈'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바로 43%로 오릅니다. 일명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입니다. 
 
이 밖에도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디트)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고, 출산 크레디트도 현행 둘째부터에서 첫째부터로 확대했습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역시 확대합니다. 
 
그러나 2030 청년들에게는 이 개혁안,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방안입니다. 연금 개혁안이 무려 18년 만에 통과됐지만, 저로서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으로 미뤄진 국민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지금 20대인 청년들이 겨우 60대가 된 시점입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소진 시점입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2033년까지 63세로 단계적 상향하고 있습니다. 
 
여야 합의안인데도 80표 이상의 반대·기권표가 나왔습니다.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한 청년 정치인들이 표가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30대인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내는' 건 청년세대이고 '더 받는' 건 기성세대라는 것"이라며 "연금 개혁은 세대 간 양보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40대인 장철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국민연금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해결되지 않고 조금 더 어린 세대에게 다시 전가될 뿐"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원칙으로 해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드디어 모수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야는 올해 연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을 기초, 퇴직, 개인연금 등과 연계해 다층적 소득보장체계를 짜는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합니다. 
 
특히 인구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안정장치 도입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장치라며 '자동삭감장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모수개혁안이 급물살을 타고 본회의까지 통과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구조개혁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 지속 가능한 안이 나오길 기대하며,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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