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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역사의 죄인

2024-01-29 19:59

조회수 :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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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공룡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가칭'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끼워팔기, 최혜대우 등 4가지 주요 반칙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 사건 처리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예요.
 
그러나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통상 업계 독과점을 막겠다고 하면 중견·중소기업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내비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요. 조금 특이한 모습입니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주 기자단을 공정위 기자실에 불러 모아 차담회를 가졌는데요. 앞서 언급한 이상 현상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죠. 차담회에서는 사무처장의 '토로'가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
 
육성권 사무처장은 이같이 말해서 기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우선 공정위가 제시한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4대 금지행위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용 중인 법 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입니다.
 
육 사무처장은 "그간의 법 집행 경험상 경쟁제한성이 부인된 사례가 거의 없는 행위들"이라며 "판단 오류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공룡 플랫폼을 사전 '학습'해 현재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반칙행위 시점'과 '시정조치 시점'의 간격을 좁히겠다는 설명입니다.
 
중견·중소기업에는 하등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지만, 업계의 불신은 여전한 모습입니다.
 
플랫폼법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에요. 입법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어떠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공정위는 업계 질서를 바로잡고 올바른 경쟁구조를 만드는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플랫폼법 제정 추진 과정만큼은 "일단 좋은 것 한다고 하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보자"라고 말하기 조금 부끄럽네요.
 
사진은 카카오택시 타는 시민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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