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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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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품격

2024-03-06 22:22

조회수 :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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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키즈폰으로 선정적 이미지가 노출되는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에 기본 탑재된 GIF 키를 통해 선정적 이미지나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건데요. 대개 설정을 통해 비활성화하면 기능 숨김이 가능해 GIF 검색을 차단할 수 있지만, 저가 제품으로 키즈폰을 출시한 SK텔레콤과 KT의 경우 비활성화가 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습니다. 처음에 업체들은 GIF를 통해 검색을 차단하는 방법을 제조사 측과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 답변의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LG유플러스도 키보드 내 '…' 키를 길게 누르면 이모티콘이 나오고, 이 이모티콘을 누르면 GIF 검색이 가능하다는 거였습니다. 우리만 잘못한 게 아니라 모두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이 말하고 싶은 핵심이었죠. 
 
당장 설정 변경을 통해 비활성화가 안 돼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보다 '키즈폰' 자체에 동일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해당 기업 입장에선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걸 보여주는 한 단면이죠.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스토마토)
 
흠집이 날 바에야 다같이 끌어내리자는 시도가 난무한 건 국내 통신서비스업을 단 3개의 사업자가 영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뜰폰이 있긴 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는 3개뿐이죠. 제4이동통신사업자가 선정되긴 했지만, 내년에나 서비스가 나옵니다. 문제가 있든 없든 필수서비스가 된 통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3개 사업자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경쟁사의 약점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나의 약점은 치명적일 수 있는 시장인 건데요. 나의 약점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덜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경쟁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품격은 있어야 합니다. 치열하게 싸우되, 진취적으로 변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죠. 한 사업자에게만 승리의 기억이 주어질지라도, 이를 계기 삼아 고군분투하며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몰두한다면 나머지 사업자들에게도 패배의 기억으로만 남진 않을 겁니다. 품격있는 경쟁은 서로를 성장시킵니다. 각자의 가치를 높이는 열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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