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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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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과 인사

2024-03-21 20:18

조회수 :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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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 속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직원 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카카오라는 사명조차 바꿀 수 있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뼈저린 반성과 쇄신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이틀 뒤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단독 대표로 내정하는 등 인적 쇄신 의지를 담은 결단도 보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중요한 시기에 새 사령탑에 낙점된 정 내정자는 소탈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인품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는 내부 조직을 다 잡고 흔들리는 카카오호의 항로를 정상화 해 줄 선장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창업자의 결단과 정 내정자의 내정 소식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다소 의문만 남습니다. 그동안 카카오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인맥 인사, 회전문 인사가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창업자가 위기 상황 해결의 소방수로 영입한 김정호 전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은 인맥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김 전 총괄은 과거 삼성 SDS에서 김 창업자와 같이 일한 바 있고 김 창업자의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영입된 김 전 총괄은 욕설 논란, 비리·카르텔 폭로 등 내부 혼란만 가중시키다 최근 결국 해고됐습니다.
 
정 내정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정 내정자는 최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규돈 카카오뱅크 전 CTO를 카카오의 차기 CTO로 소개했는데요. 하지만 정 CTO 내정자는 카카오뱅크가 상장 하자마자 보유주식을 매도해 논란이 된 인물입니다. ‘먹튀까진 아니더라도 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CTO 내정자의 사례는 같은 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이 900억원대 스톡옵션 차익 실현을 한 것과 함께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로도 꼽힙니다.
 
카카오의 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과 신뢰위원회에도 제동을 걸었는데요. 준신위는 정 CTO 내정자와 관련해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카카오 등 협약사에 권고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도 정 내정자의 의지는 오히려 단단해 보입니다. 주총을 코앞에 두고도 별다른 메시지가 없어 정 CTO 내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되는데요. 이에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사람이 그렇게도 없냐는 반발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권고까지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면 준신위의 설립 취지와 카카오의 쇄신 의지가 결국 허울 뿐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실력과 검증된 평판이 있다면 인맥 인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카카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카카오의 인맥 인사는 도덕적 해이의 얼룩만 가득합니다.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가 다른 공동체 임원으로 돌아오는 회전문 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사 조차 정상화 되지 않는다면 카카오의 쇄신은 요원해 보입니다. 카카오는 더 이상 2006년의 벤처기업이 아닙니다.
 
  • 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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