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몇걸음마다 인형뽑기 가게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맛'을 잊지 못하고 한번씩 들르곤 합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어제도 그랬습니다. 최소 오천원은 투입해야 인형 하나를 뽑을까 말까 하는데요. 인형뽑기 집게는 인형을 집다가도 옮기면서 힘없이 탁! 놓아버리곤 합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요령도 생겼습니다. 가끔 하나씩 뽑기도 하는데, 마치 기우제처럼 뽑힐 때까지 시도했기 때문일 겁니다.
인형뽑기 가게가 많다는 건 이러나러저러나 저처럼 한번씩 뽑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 아닐까요? 아무리 무인가게라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죠. 500원, 1000원이라는 작은 판돈도 한몫합니다. 한계비용이 낮다보니 한 번만 더 시도하면... 한번만 더...! 라는 마음으로 계속 돈을 넣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가지고 있던 현금은 동이 나곤 합니다. 이제는 현금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이 카드기기가 장착된 기계도 많아요.
밤에는 미국 주식을 들여다봅니다. 국장에서 손실 본 금액을 회복해야한다는 생각에 지난해 연말부터 두배 레버리지 ETF 상품에 들어갔습니다. 요새 변동성이 큰 미장이라, 두배 손해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에 비명 지르는 개미가 바로 주식 못하는 증권기자, 접니다. 초고위험 상품에 이렇게 쉽게 투자해도 되는 걸까, 하면서 넣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물려버렸습니다.
가끔 동료 부동산 기자들은 오늘 어디어디 청약날이라며 로또 청약이니 한번씩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진짜 당첨되면 돈은 어떻게 마련하지?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수익을 나누자. 뭐가 됐든 일단 당첨되는 게 이득이야, 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요. 재테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부동산은 역시 도박적 요소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나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될거야, 라는 마음으로 로또청약을 꿈꾸곤 합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불법 토토로 시작하는 도박이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랩니다. 마약쟁이에게 도박을 알려주면 마약을 끊는다고 합니다. 도박의 중독성은 겉보기엔 티가 나지 않지만, 마약보다 더 심각하다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너도나도 한탕을 노리는 세상에서 '도박'만이 문제일까요? 게임과 도박은 한끗차이라지만, 일상적으로 도박에 점철된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주의가 굴러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금만 운이 좋으면, 조금만 더 투입하면 '한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돌아가는 산업들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환상이 사회를 지탱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형뽑기 가게의 인형.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