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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입니다. 방산, 에너지 등 기간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
영화 속 쉬는시간

2025-03-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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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 ‘14:58’...
 
영화관 조명이 조금씩 밝아지고, 스크린에 타이머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처음엔 당황한 듯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이내 화장실을 가거나 스마트폰을 꺼내는 등 저마다 쉬는시간을 보냈습니다. 영화관에선 보기 낯선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을 마주한 관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영화 <브루탈리스트>에는 1부와 2부 사이 15분의 인터미션이 존재합니다. 3시간 35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속에 15분의 인터미션은 영화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미션이지만,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브루탈리스트>의 인터미션은 영화가 끊기지 않은 것처럼 진행돼 몰입도를 더 높입니다. <브루탈리스트>의 1부는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가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하기까지 겪는 고충을, 2부는 그의 아내인 에르제벳이 합류한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터미션은 유럽에 있는 에르제벳을 데리고 오기 직전 진행되는데, 극의 흐름을 더욱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브래디 코베는 한 인터뷰에서 인터미션이 필요한 요소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것은 하나의 흐름을 유지하는 인터미션이다. 영화가 여러 해와 수십 년에 걸쳐 펼쳐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건축가 라즐로의 일대기와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정의 기나긴 여정을 잇는 역할로 관객들에게 여유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볼 때면 피로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릴스와 쇼츠 등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탓입니다.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볼 때면 중간에 상영을 멈추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콘텐츠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시대, 브루탈리스트의 인터미션은 극장 영화의 미래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면, 인터미션은 단순한 쉬는시간이 아니라 영화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로써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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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입니다. 방산, 에너지 등 기간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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