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은 혼란 속에서 정지한 듯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반면,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고 급진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등 전 세계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민관이 합심해 대응 조치를 마련해도 모자랄 시간에 우리는 내란이라는 시대착오적 상황에 퇴행하고 있었습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극렬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폭동, 대통령 권한대행 줄탄핵 등 내전을 방불케하는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미국과 제대로 된 협상도 한 번 못한 채 25% 상호 관세가 부과되며 통상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한민국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도 멈췄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해외 파트너 국가들은 한국을 불확실성의 나라로 여겼습니다. 폴란드와 70억달러 규모의 K2 흑표 전차 2차 계약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당초 지난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 2차 수출 협상에 계엄 사태가 제동을 건 것입니다.
이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방위사업청 대표단은 지난 3월 이번 계약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폴란드를 찾아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K2 전차 2차 계약이 문제없이 체결되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중동 국가들과의 협상도 정치적 리스크로 주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약 50억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엄 사태 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자, 사우디측은 협상 일정은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이후 지난 1월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이 늦게나마 칼리드 빈 후세인 알비야리 사우디 국가방위부 정무차관을 만나며 올해 말까지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를 한 모습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5년 4월4일 11시22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오랫동안 멈췄있던 한국이 이제야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