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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좀도둑'으로 법정에 다시 선 전직 '대도(大盜)'

2013-04-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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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지난 3일 저녁. 그는 사다리를 타고 서초동 고급 빌라촌의 담을 넘었다. 1층 가정집에 다다른 뒤 빠루(노루발못뽑기)로 직접 방범창을 절단했다. 그리고 시가 2800여만원 어치의 귀중품을 훔쳐냈다. 이 모든 것이 올해 74살 노인이 벌인 범죄 행각이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전직 대도(大盜) 조세형. 그는 영락없이 한 사람의 노인이었다. 성긴 검은 염색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백발에서 세월의 흔적이 읽혔다. 그의 낯빛에선 한때 '협객'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강단은 찾을 수 없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526호 법정,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조씨(74)가 누런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이미 수차례 법정에 서봤던 그였지만 걸음걸이는 주춤거렸다.
 
검사는 공소사실을 읽어내려갔고, 그는 들었다. 이날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송각엽 판사가 조씨에게 혐의를 인정하냐고 물었다. 조씨는 말이 없었다. 그의 변호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대신 말했다.
 
조씨는 이번 범행을 위해 망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조씨와 공범으로 지목돼 기소된 박모씨(57)도 혐의를 인정했다. 박씨는 "조씨의 부탁을 받고 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말했다. 조씨는 몸이 달았는지 박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재판 진행마저 순조롭지 못했다. 조씨의 재판에 앞서 잡힌 선고와 공판이 길어졌다. 이런 터에 조씨의 첫공판은 예정보다 30여분 늦어졌다. 검찰이 준비한 증거자료가 도착하지 않아 중간에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다.
 
일명 '대도'에서 선교사 그리고 좀도둑에 이르기까지, 조씨의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그는 1970~1980년대 부유층과 유력인사의 집을 털면서 '대도'란 별명을 얻었다. 1982년 붙잡혀 15년을 교도소에서 살았다.
 
그는 출소한 뒤 선교사로 새출발했다. 이때 만난 여성과 결혼도 했고, 경비업체에 자문위원으로 취직까지 했다.
 
그러나 2001년 선교차 일본 도쿄에 들러 물건을 훔치다 걸렸고, 2005년 서울에서 한 치과의사 집을 털다 발각됐다. 2011년에도 금은방 주인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현재 부인과 이혼한 상태다.
 
조씨는 다시 법정에 섰다. 검찰은 다음달 21일 오후 3시30분 조씨를 증인 심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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