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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은

(영화리뷰)'은밀하게 위대하게', 참 다루기 힘든 남북 이야기

2013-05-28 11:16

조회수 : 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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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철저하게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였다.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체로 감정이 과잉되기 싶다. 군사상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통일에 대한 염원을 생각할 땐 동포애가 철철 넘치는 이중성을 갖고 있어 휴머니즘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 역시 많은 남북 소재 영화들이 보여줬던 스토리텔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남한에 몰래 잠입한 간첩 이야기는 시작은 유쾌할 지 몰라도 끝은 비극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북한 5446부대 최고의 엘리트 요원 원류환(김수현 분)은 남한의 달동네 슈퍼마켓 바보 동구로 살아간다.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졌다"는 류환의 내레이션처럼 그는 감정 없는 살인무기였다. 뒤이어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류환 못지 않은 실력자 리해랑(박기웅 분)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가수 지망생으로 위장해 달동네에 들어온다. 또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이현우 분)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류환의 주변을 맴돈다. 북한에서도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던 세 사람은 모르는 사이 남한 사회에 동화되고 또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사진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류환이 바보라는 설정 때문에 영화는 시작부터 '핫한' 배우 김수현의 이미지 변신에 큰 기대를 걸게 한다. 어눌한 말투와 슬랩스틱 개그는 바보 캐릭터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이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20대 청춘스타 김수현이 연기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자신의 첫 스크린 주연작에서 소위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도전 정신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아역 시절부터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해왔던 김수현은 이번 영화에서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는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엉성해진다.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을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구성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남파된 간첩들에게 전원 자결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동구가 원류환이 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복잡 다단한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들기보다는 어이없이 실소가 터져나오는 상황이 중간중간 연출되면서 '옥의 티'를 만들어낸다.
 
다행히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 그리고 자타공인 연기 지존 손현주까지 배우들의 액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원작인 웹툰의 느낌을 살린 탓인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액션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달동네 주민으로 출연한 조연들의 앙상블은 영화를 든든하게 지탱한다.
 
6월 5일 개봉. 상영시간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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