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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법원 "여친과 성관계 맺은 육사생도 퇴학처분 가혹"

2013-07-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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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주말외박을 나와 영외에서 여자친구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육사생도를 퇴학시킨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영외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관계를 금지한 육군사관학교 생도생활예규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문준필)는 A씨가 육군사관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이인 점, 쌍방의 동의하에 영외에서 동침하고 성관계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동침과 성관계는 내밀한 자유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늘날 성도덕은 개인적 법익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인이 쌍방의 동의 아래 어떤 종류의 성행위를 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내용인 성행위 여부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도의 성행위와 사랑이 성군기를 문란하게 해 성풍속을 해친다면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생도의 성행위와 사랑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면 일반적 행동자유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또 다른 징계사유인 '양심보고 불이행'에 관해 "이를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 선과 악의 범주에 관한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양심보고를 할 경우 인간의 양심이 왜곡·굴절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며 "이를 징계사유로 삼으면 헌법에 위반돼 징계사유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생도생활을 성실히 한 점과 졸업과 임관이 얼마 남지 않은 점, 퇴학처분은 가장 무거운 처분인 점, 퇴학 후 현역으로 입영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처분은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의 징계 사유 중 사복착용금지규정위반만이 인정되고, 이 사유만으로 내린 퇴학 처분은 재량권 일탈과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육군사관학교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에 주말 외박을 나가 원룸에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져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퇴학처분을 받았다.
 
육사 측은 '육사생도가 여자친구와 원룸에 출입한다'는 민간의 제보를 받고 A씨에게 캐물었고, A씨는 3학년을 마치고 동계 휴가 기간에 서울 모처에 원룸을 마련해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털어놨다.
 
육사 생도대 훈육위원회는 승인되지 않은 원룸계약, 옷방 운영, 여자친구와의 주말 동숙, 성관계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퇴학을 교육운영위원회에 건의했다.
 
교육운영위원회는 처분이 가혹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육사 교장에게 건의했으나 교장은 "정직과 용기 면에서 남은 기간 장교 임관에 제한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퇴학조치를 명령했고,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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