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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수입차 마진의 비밀..원가 2551만원에서 판매가 4920만원 '껑충'

2014-04-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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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영택·이충희기자] #. 전문직 종사자인 김모(33)씨는 지난달 수입차를 사기 위해 강남에 있는 딜러점을 찾았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연비 효율이 높은 독일 디젤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곳을 돌아 수입차 딜러와 흥정을 한 뒤 비교견적을 뽑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앞다퉈 파격적 조건의 가격할인을 제시하는 딜러들 사이에서 김 씨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제각각의 가격놀음에 소비자들은 '봉'이 됐다.
 
올 1분기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4만4434대로, 역대 최대 분기 판매를 경신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0만대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가히 수입차 ‘전성시대’다.
 
그렇다면 수입차 마진은 어느 정도일까.
 
◇아우디 'A4'와 BMW 'X1'의 수입신고필증.(자료=뉴스토마토)
 
11일 <뉴스토마토>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3사의 수입면장을 입수해 분석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대표 브랜드에 대한 검증 차원이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우디 A4 2.0 TFSI 콰트로의 경우 소비자 판매가는 4920만원이다. 하지만 국내 수입원가는 2551만원,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인 과세가격(CIF·Cost, Insurance and Freight)은 2626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1년 당시 관세 210만원(8%), 개별소비세 142만원, 교육세 42만원, 부가세 302만원 등 총 세액을 더하면 696만원이다.
 
아우디 A4의 경우 수입사와 딜러사가 나눠 갖는 마진은 약 1600만원 가량으로, 원가 대비 순 마진율은 무려 33%에 해당한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의 마진 역시 20~30% 정도의 고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게 수입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수입차 업체들의 경우 수입신고필증에 CIF를 비롯해 각종 세액 신고를 임의로 지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저희가 갖고 있는 수입면장에는 모든 정보가 오픈돼 있고, 소비자가 요구하면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며 "가격을 지우는 등의 수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딜러사에서 지웠냐”는 기자 질문에 “네”라고 답변한 뒤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수입차 업체들이 ‘직원할인’이나 ‘특별할인’ 등 고강도의 판촉·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고마진’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딜러에게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제시할 뿐, 가격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가격 거품이 많이 줄었지만,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판매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3월 공식 출시한 르노삼성 QM3의 국내 판매가격은 2250만원에서 2450만원으로, 현지 판매가격인 2만1100유로(한화 약 3000만원) 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운송비와 관세를 포함한 가격임에도 현지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QM3가 수입차 시장의 가격 거품을 없앨 단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수입차 단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일부 브랜드와 차종은 가격 거품이 여전하다. 또 수입차 부품과 공임이 7~8배 가량 높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병행이나 OEM 등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수입차 브랜드 고가 정책의 근거였던 관리비와 물류비 등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면서 "한·EU FTA 등으로 관세가 내려갔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고 있지 못한데, 이는 업체들이 다양한 트림과 옵션을 통해 고마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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