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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新청년창업)"한복에 인생 후반전 걸었어요"

⑫양하나 채홍갤러리 대표..50세 넘어 한복디자이너로 변신

2014-06-13 08:50

조회수 : 6,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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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북촌 한옥마을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채홍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양하나 채홍갤러리 대표(57)가 소녀같은 미소를 머금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게 한복으로 보이세요?" 대뜸 묻는 그녀의 질문을 받고 그녀의 상의를 유심히 살펴보니 한복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오르는 한복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가격을 낮추고 실용성을 높이면서 멋을 더한다면 한복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젊은사람과 외국인들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실용한복을 만드는데 인생 후반전을 걸었습니다."
 
◇양하나 채홍갤러리 대표가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채홍갤러리 앞에서 그녀가 직접 제작한 상의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서지명 기자)
 
◇"꾸준히 공부하고 도전해야"
 
양 대표는 30여년간 광고회사 등에서 꾸준히 사회생활을 이어 왔다. 한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던 그가 어떻게 한복디자이너로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됐을까.
 
53세부터였다. 새로운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나이를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직장여성으로는 수명을 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러웠고, 좌절했다. 하지만 오기도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내 사업체를 차려야겠다 마음먹었다. 53세의 나이에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평소에도 한복을 즐겨 입고, 어릴적부터 한복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한복 디자인을 배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시립한남직업학교(현 중부기술교육원)를 알게 됐다. 이곳에 입학하면 교육비와 재료비 등 전액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었다.
 
55세 막차를 타고 서울시립한남직업학교에 면접을 거쳐 입학했다. 양 대표의 나이가 교육생 중에서 제일 많았다. 한국의상디자인학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하는 1년 과정으로 1년 만에 한복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의류학 전공자들이나 이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이었죠. 처음엔 괜히 주눅들었는데, 저는 오히려 백지상태이다 보니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쟁이, 치마저고리, 당의, 궁중복 등 우리나라 복식에 대해 한 번쯤은 다 접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동대문에 있는 봉제아카데미에서 양장에 대해서 배웠다. 디자이너 중에서도 한복과 양장을 다 공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만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후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하게 된 것. 학교에서는 한복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배웠고, 이곳에서는 창업 전반에 대해 교육받으며 기업인으로 탈바꿈했다.
 
교육 이후 본격적으로 오전에는 아이템 개발, 오후에는 패션경영 코칭교육과 사업계획서를 쓰는 일을 했다. 야간에는 고급 봉재 기술과 한복 산업기사 수업까지 들으면 하루가 꽉 찼다. 잠을 포기하며 새벽에 사업계획서를 쓰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2개월 만에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다. 2012년 7월 '채홍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사업체를 냈다.
 
조금씩 성과가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비기술 창업자 육성사업'에 합격해 5000만원의 지원금을 타기도 했다. 지원금으로 현재 위치의 갤러리를 임대하고 원단과 미싱 등의 기계를 구입했다. 현재는 주문이 들어오면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있다. 
 
◇"창업, 웬만해선 하지 마세요"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채홍갤러리
한복은 무엇보다 불편하고 비싸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복의 대중화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저고리를 입으면 겨드랑이 부분이 불편하죠. 이 부분을 개선해 저고리접힘방지 특허도 획득했어요."
 
양 대표는 직접 거리로 나가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했다. 1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결론은 이들도 한복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가격을 낮추고, 세련됨을 더하고, 실용성을 보태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원단개발 단계에 있다.
 
그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사업에도 손을 뻗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채홍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선보였고, 캐릭터에 우리옷을 입혀 젊은사람들이나 외국인들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런 그도 창업을 생각하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웬만하면 창업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힘들고,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으면 사업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장년창업센터에 기수당 수백명씩 입주하지만 1~2년이 지나서까지 사업체를 유지하는 사례는 두 손가락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그녀는 요즘도 하루에 6~7시간씩 복식사와 영어 등을 공부하며 꾸준히 자신을 채워나간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은 북촌한옥마을이 신흥 관광명소로 뜨면서 심심찮게 외국인들이 오는데 영어를 할 줄 몰라 손님을 놓친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도 넘보고 있다.
 
"창업은 생명을 낳는 것과 같아요. 10달 동안 배에서 품고 있다가 출산했다고 끝이 아니죠. 그 때부터 시작입니다. 양육이 더욱 힘든 과정입니다.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는 몇 개월 만에 접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사숙고하세요. 그리고 계속 채워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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