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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알바노조..그들은 누구인가

젊은 방식으로 새 노동운동 역사 쓰는 양대노조

2014-09-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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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양대노총이 주도해 온 한국 노동운동 역사에 새 축을 세우려는 도전장이 던져졌다. 2030세대가 주도하는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동자조합 '알바노조' 얘기다.
 
지난해 각각 노조 필증을 받으면서 공식출범한 두 노조는 '피자30분 배달제 폐지'와 '알바5적'을 겨냥한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 등으로 알려지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25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에서는 두 노조의 성장 과정과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벌어졌다.
 
'88만원 세대' 담론과 함께 높아진 청년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두 노조의 급속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지만, 노조 차원의 동력과 신선한 시도에도 높은 평가가 주어졌다. 특히 두 노조가 캠페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높다.
 
피자30분 배달제 폐지 운동 과정에서 청년유니온은 조합원들에게 트위터 멘션에 '#노(NO)30 서비스'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도록 하는 트위터 시위를 했다. 트위터 시위는 도미노피자 본사 앞 등에서 오프라인 시위와 병행됐는데, 트위터 시위를 스크린으로 생중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캠페인 2주만에 도미노피자를 비롯한 피자 업체들이 '30분 배달제'를 공식폐지하도록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알바노조는 '동물옷 퍼포먼스'로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2월 '알바5적' 규탄을 위한 릴레이 기자회견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물옷 퍼포먼스는 많은 포토기사를 양산해내며 이들의 아젠다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News1.
 
두 노조의 활동이 산별, 기업별 로 조직된 그간 노조의 활동보다 범위 등의 면에서 훨씬 넓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들은 고전적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탈피해 최저임금투쟁과 청년고용할당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의 목표가 자신이 속한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3.79점)보다 '노조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를 동일시하려는 인식(4.2점)이 높다는 데서도 설명된다.
 
청년층 일자리에 만연한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를 풀 실마리로 일대일 임금협상 등 전통적 방식이 아닌 정치·사회적 캠페인 차원에서 노동운동을 벌이기로 택한 것이다.
 
실제 이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의 활동에 일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노총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7.3%에 달해 긍정적 평가(6.1%)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양대노총이 벌이는 사업과 활동에 젋은층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들 조합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가장 많다(24.3%)는 것이다. 다만 두 노조 모두에서 노동당을 지지하는 조합원은 23.2%로 무당파 다음으로 많았다.
 
조합원 인적사항을 들여다보면, 수도권(75.5%)에 거주하는 4년제 대학 재학 이상(89.7%) 20대 중후반(평균연령 28.5세)의 미혼(86.7%) 남성(61%)이 대다수다. 70% 이상이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사무직 또는 전문직(6.3%) 종사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조합원의 교육수준과 직업 분포도를 보면 계급구조상 쁘띠브루주아 성향의 노조활동과 의식이 나타난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노조의 초기 멤버들을 심층 인터뷰한 유형근 이화여대 교수는 "청년유니온은 노조 조직 이전에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는 커뮤니티"라며 "바로 이 점이 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의 헌신성과 특유한 정서구조를 이뤘다"면서 "이러한 정서구조는 87년 이후의 노조운동보다는 70년대 여공들이 주도한 민주노조운동의 전통과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두 노조 모두 법적으로 인정 받은 법내노조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기존의 노동조합 형태로는 포괄되지 않는 쿼지 노조(quasi-union: 준 노조 또는 유사 노조)에 가깝다.
 
유 교수는 두 노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통 노조의 노동운동 방식을 따르기보다 오히려 카멜레온처럼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과 조직적 개방성을 확보하는 게 생존할 수 있는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이해 대변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형식은 두 번째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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