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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흔들리는 아베노믹스)②엔 초강세 역풍…엔저 호황 끝났나

엔화 가치, 1년반 만에 최고…수출기업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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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아베노믹스'의 먹구름 뒤에는 '엔고'(엔화 가치 상승)가 있다. 엔화 가치가 오를수록 일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은 나빠진다. 수출을 늘려 전체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수십조원을 추가로 시장에 풀 계획을 마련하는 등 고심하고 있지만 시장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지난해 6월 5일 달러당 125.63엔을 기록했던 엔화는 지난 2일 106.41엔으로 15%가량 떨어졌다. 3일에는 2014년 10월 이후 18개월 만에 장중 달러당 105엔대까지 내려갔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일본의 1만엔권 지폐. 사진/로이터
 
지난 10일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정재생상이 "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8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은 이후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환율시장 개입 의사를 보이면서 다시 달러당 109엔대로 뛰어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일본 최대 수출기업 도요타는 올해 순익이 지난해보다 35.1%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엔고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8일 발표되는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감소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GDP는 지난해 4분기 전기 대비 0.3% 줄었다. 
 
아베노믹스는 시장에 돈을 무제한으로 풀고 이를 토대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엔저로 수출이 늘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이는 투자 활성화와 임금 상승을 이끌어 결국 내수도 사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한다. 
 
아베노믹스 성공을 위해서는 엔화 가치 하락이 필수인데 반대로 말하면 엔고 현상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엔화값의 초강세 현상 이면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달러화 약세 추세가 나타났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일본을 '외환조작국'이라고 비판하는 점도 부담이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를 늘리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독일이 일본의 재정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 모두 엔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1930년대 후반 미국(America), 영국(Britain), 중국(China), 독일(Deutschland)이 대(對)일본 무역제재에 나섰던 것에 빗대어 엔화에 대한 'ABCD 포위망'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 정부가 독자적으로 엔화 강세 현상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겠다"고 장담한 아베 총리가 머쓱해할 만한 상황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아베노믹스가 당장 특정한 효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서서히 일본 경제를 강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헤네시 일본 펀드의 마사카주 타케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홍콩에 위치한 언론매체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는 죽지도 병들지도 않았다”며 “아베노믹스는 한 두가지의 특정한 정책이 아니라 세제 개혁, 기업 경영 개선, 노동 시작 개혁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정책으로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기업들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고 일본 펀드도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보인다”며 “일본 기업들은 2008년 당시 달러당 75엔의 엔고 시대에도 살아남았으며 현재의 엔화 환율 수준에서는 여전히 매우 좋은 현금 흐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패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며 엔화가 조만간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최근 WSJ에 “달러·엔 환율이 올해 말에는 130엔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BOJ의 추가부양과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투자자들이 다시 달러 매입쪽으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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