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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소병훈 "동네서점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살릴 방안 찾아야"

(연쇄인터뷰-20대국회 당선자의 각오)이것만은 꼭!

2016-05-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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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경기 광주갑의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당선자는 자신을 “10년 이상 출판업계에 몸담은 사람 중 국회의원에 당선된 첫 사례”라고 소개했다. 1986년부터 '도서출판 산하' 대표로 재직 중인 이력에 걸맞게 소 당선자의 의정활동 계획은 ‘문화’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지난 1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동네 소규모서점을 살리기 위한 복안과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지역구 발전방안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김근태 전 의원과의 인연을 소개한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판업계를 비롯해 문화·예술인들이 필요한 정책으로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나타냈다.

 

- 정치에는 왜, 어떻게 입문했나.

 

대학 졸업 후 계속 출판업에 종사해왔다. 1988년부터 정계입문 제의를 받았지만 정치를 직접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역할은 해왔다. 특히 김근태 선배와는 1998년 국민정치연구회부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 등을 같이 해왔다. 2007년 대선에 김 선배가 출마하겠다고 해서 돕기로 했는데 출마하지 않게 됐고, 그 후 정동영 선배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대선 선대위원장을 할 사람도 없을 정도로 취약한 경기도 광주로 가게 됐다. 이듬해 2008년 18대 총선을 시작으로 내리 세 번 출마해 이번에 처음으로 당선됐다.

 

- 30년 넘게 출판사업에 종사하던 중 아동도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1983년 '도서출판 이삭'을 설립했지만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기관지를 만들어 간행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당했다.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86년 산하를 만들면서 소설을 내기 시작했다. 1988년에 펴낸 책  ‘꼬마철학자'(알퐁스 도데)는 그 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계속 단행본을 내다가 1990년부터는 ‘산하 어린이 시리즈’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름도 없고 등록도 안 된 출판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책을 만들어 전국에 뿌리던 시절이었다. 아동문학계의 미래를 걱정하던 이오덕·권정생 선생 등과 함께 제대로 된 책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현재는 펴내는 책 대부분이 아동도서다. 

 

- 출판업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유통의 문제다. 온·오프라인 서점, 홈쇼핑 등 공급받는 주체에 따라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이 각기 다르다. 금액도 점점 떨어진다. 과거에는 공급률이 80% 정도였는데 이제는 정가의 30% 수준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높아도 70% 정도다. 공급률에 따라 서점 진열도 달라진다. 유통상의 문제로 인해 질 좋은 책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 해결책이 있다면.

 

온라인서점을 출판협회에서 만드는 방안을 예전부터 제안해왔다. 이를 통해 서점이 똑같이 10% 할인해서 팔고 출판사에는 똑같은 공급률을 적용하는 것이다. 초기에 진통은 있겠지만 정착되면 출판사들이 서점에 비해 ‘을’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

 

- 책읽는 문화가 사라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은.

 

며칠 전 나와 도종환·이학영 의원이 백낙청·신경림 등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들과 만났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작가들이 너무 힘들다. 글을 쓸 수 있는 지면도 부족하고 책을 만들어도 안 팔린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좋은 책은 정부에서 사줄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도서구입비가 책정되어 학생 1인당 몇십원씩의 예산이 내려갔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깎였다. 출판·문학 분야와 관련해 도서관 정책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다.

 

- 문화와 관련한 정책 중 더 소개할만한 것은.

 

동네서점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살릴 수 잇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지역구 내에 있는 오포지역에는 작가와 교수, 영화인 등이 많이 산다. 그런 분들에게 지역 내 재능기부 요청을 하면 많이 도와준다. 서점에 공간을 만들어 지역주민 대상의 강연 등을 진행한다면 동네서점도 살리고 문화 결핍을 호소하는 지역주민들의 욕구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출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모든 분들의 의견을 취합·반영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우리 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데도 중요한 일이다. 상당수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정부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데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상임위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

 

-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시 발전 방안은.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성벽만 복원했지 그 내부는 전혀 보존되지 않고 있다. 서울 도성 외에 유일하게 사직단이 자리하고 있었던 소궁궐이고 공간도 넓다는 점을 못 살리고 있다. 붕어찜으로만 유명한 퇴촌 분원마을은 왕실에서 쓰는 그릇을 진상하던 곳인데 흔적만 남아 있다. 분원마을 복원은 문화재 관계자들의 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문화유산을 제대로 복원하면 주변지역 뿐만 아니라 광주시 전체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을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려 한다. 물론 도로 건설과 같은 현안들도 있다.

 

- 원외 정치인으로 있으면서 느낀 여의도 중앙정치의 문제는.

 

당내 민주화가 미진하다는 것이다. 당이 민주화되지 않고서는 여의도·국회 정치가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초선의원 워크숍 할 때 다선의원들이나 지도부가 ‘줄 서지 마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거꾸로 ‘줄 세우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 등은 다선의원들이 맡아야 하겠지만, 다른 당직들의 경우 선수에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이 가도록 해야 한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나 이철희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그 예가 되지 않겠나.

 

- 초선의원으로서 각오 한마디.

 

과거에는 내가 정치를 많이 아는 줄 알았는데 막상 당선되고 당에 가서 할 일들을 따져보니 굉장히 어렵다고 느낀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늦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착실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국회에서 개근상 받겠다는 각오로 해볼 작정이다. 그리고 ‘누가 내 뜻과 다른 일을 시킨다면 절대 안하겠다’는 다짐도 하고 있다. 

 
◇ 소병훈 당선자 이력
 
도서출판 산하 대표
열린우리당 국정자문위원
한강소사이어티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당선자가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내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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