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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중소형 생보사 자살보험금 '최대한 늦춰라'

CEO 및 임원 '배임' 주장으로 면피…소멸시효 인정되면 금액 대폭 줄어

2016-05-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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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생보사 경영진들이 자신의 임기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에게 "지급을 늦출 방법을 고안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생보사에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 지급 주문을 하자 중소형 생보사는 최대한 보험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 임원들은  자살보험금 지급 지연과 관련해 '배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본인 임기에 '자살보험금'이라는 큰 이슈를 조용히 지나가고 싶기 때문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당기순이익에 절반이 넘는 금액이 소멸시효에 걸려있어 임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신의 임기만 지나길 바라는 일부 임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사에게 '배임'은 좋은 핑곗거리다. 배임이 될 수 있다며 1년 이상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배임이 아니더라도 현재 중소형사의 임원들은 자신이 재직하는 기간에만 자살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배임'문제를 운운하면 서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임원 재직 기간의 '면피'와 임기 만료 후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패인 것이다.
 
특히 중소형사 임원들은 소멸시효가 인정될 경우 중소형 보험사의 자살보험금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험금 늑장 지급에 '명분'을 만들었다.
 
실제로 생보사 전체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은 미지금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합쳐 총 2465억원이다. 이 중 소멸시효가 경과한 금액은 2003억원으로 만약 소멸시효가 인정될 경우 생보사 전체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462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과 ING생명은 소멸시효가 인정되더라도 각각 176억원, 127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형사인 알리안츠생명은 자살보험금 137억원 중 122억원이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계약이라 소멸시효 인정 시 지급 보험금은 15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다른 중소형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멸시효가 인정될 경우 동부화재는 140억원에서 17억원으로 감소하며 KDB생명 10억원, 메트라이프 29억원, 현대라이프 2억원, 흥국생명 5억원 등 소멸시효가 인정될 경우 중소형사는 최고 100억원 넘게 지급보험금이 감소하게 된다.
 
한편, 현재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 간의 인식 차이가 여전하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까지 지급하라며 매월 지급 현황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여전히 소멸시효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생보사가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최대 명분은 '배임'이다. 생보사가 주장하는 배임 문제는 대법원이 소멸시효를 인정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판결 이전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사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배임죄의 경우 민사와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민사의 경우 임원 배상책임보험이나 담당자의 보상 등 금전적인 해결이 가능하지만 형사 사건의 경우 누군가 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보험사는 배임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법조계는 만약 대법원이 보험사의 소멸시효를 인정해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할 경우 판결 전에 지급한 건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 A 씨는 "만약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날 경우 판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한 건은 배임죄가 성립되는 게 맞다"며 "배임죄는 형사와 민사처벌이 가능해 보험사들이 예민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에 대해 소멸시효와 관련없이 지급하라고 주문했지만 생보사들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자살보험금 관련 브리핑에 나선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 사진/금감원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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