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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조정래 "교육 문제 쓰지 않을 수 없었다"…소설 '풀꽃도 꽃이다' 출간

한국 교육의 민낯 고발…3년간 교육 현장 찾아 취재

2016-07-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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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그 동안 수많은 작품을 냈으면서도 작가의 말을 쓸 때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쓴 일이 없다. 그 정도로 교육 문제가 심각하고 우리 미래가 난관에 부딪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그 길이 교육이기 때문에 그 길에서 벗어난 교육 문제를 소설로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 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가 '정글만리' 이후 3년만에 한국의 교육현실을 고발하는 새로운 소설 '풀꽃도 꽃이다(해냄)'를 출간했다. 조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금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고 운을 떼며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지난 8년간 매년 55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로 목숨을 마감했다. 이들 대부분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다. 
 
조 작가는 이같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의 병폐에 의해 죽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라며 "그럼에도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지난 20년을 살아왔으며 앞으로 또 얼마나 (이렇게) 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조정래 작가가 한국 교육의 현실을 고발한 새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했다. 이번 출간을 맞아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가 말하고 있다. 사진/해냄출판사
 
이번에 나온 신간 '풀꽃도 꽃이다'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냉정하게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은 교육에 대한 굳고 곧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이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기업 부장인 유현우로부터 아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 직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에 나선다. 맹목적으로 아들의 성적에 매달리는 유현우와 아내 김희경과 공부 스트레스를 주는 엄마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아들 유지원 사이의 갈등 이외에도 한국에 온 미국인 영어교사 포먼, 초등학교 교사 이소정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 작가는 '풀꽃도 꽃이다'에서 한국 교육 현실을 바꿀 하나의 방법으로 대안학교, 혁신학교 등을 제시한다. 그는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형들이 모색한 길"이라며 "앞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더 많은 지원과 육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사회 인식과 관념을 고치는 것"이라며 "대학 나온 사람과 고등학교 나온 사람의 임금 격차가 300만원씩 나게 하지 말고 5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가는 이번 책을 위해 '정글만리'를 집필 이후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자료조사를 하고 초·중·고등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 학생을 비롯한 관련 종사자들을 취재했다. '십장생(십 대부터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아닥공(아가리 닥치고 공부하라)' 등 십대들의 언어도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고 한다. 조 작가는 "(소설의 주요 메시지는) 학부모들에게 제발 이런 것 좀 하지 말라 하는 부분이 하나, 나라에서 뭘 하는 거냐 하는 부분이 또 하나였는데 균형 있게 써 나가려는 구성의 문제에서 다른 소설보다 더 힘들었다"며 "희망을 주는 소설이 돼야 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는 부분에서 고심이 컸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주인공 '강교민'의 이름이 무슨 뜻의 줄임말인지 알아보라는 퀴즈도 남겼다. 강교민의 이름에 소설에 주제가 담겨있다며 소설을 다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는 힌트도 제시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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