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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갈길 먼 여성 고용률 70%)경력단절여성 214만명…여전히 현장에선 '육아휴직=퇴사'

임신 노동자 3명 중 1명은 출산 전 퇴사

2016-07-1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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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임신 4개월차에 접어든 최모(31)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계약직인 최씨는 올해 근무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결정되는데, 혹여나 육아휴직이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이 될까봐서다. 임신 사실을 상사에게 알렸을 때에도 올해가 얼마나 중요한데 덜컥 임신을 했느냐”, “중요한 걸 알면서 피임 관리도 못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최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이 무산되면 최씨는 육아휴직 후 복귀해도 계약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부가항목) 경력단절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경력단절여성은 2139000명에 달했다. 이 중 757000명은 결혼, 501000명은 임신·출산, 614000명은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다.
 
문제는 직장의 압박에 의한 비자발적 이직이다. ‘결혼 시 퇴직 관행을 내세워 여직원에게 사직을 종용했던 금복주의 사례처럼 결혼이나 임신·출산을 이유로 퇴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인사상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활용하려는 노동자에게 과도하게 눈치를 주는 식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는 눈칫밥 모성보호제도 활용퇴사 후 마음 편한 출산·육아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육아휴직만 사용해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복직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업주들을 보통 출산 전 해당 노동자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당수의 여성이 질 낮은일자리에 종사하는 상황에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 가능성을 내비쳐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거나 계속 눈치를 보면 해당 노동자는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고 말겠다고 판단하기 쉽다낮은 임금, 높은 육아비용을 따져보면 육아휴직 등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뒀을 때 기회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출산여성 수에 여성 중 임금노동자 비율을 대입한 출산 노동자 수는 13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수급한 여성은 94590, 육아휴직급여를 수급한 여성은 87339명에 불과했다. 이는 임신 노동자 3명 중 1명이 출산 전 직장을 그만둔다는 의미다. 그나마 평균 육아휴직기간도 293일로, 법정 휴직기간(1)2개월 가량 모자랐다.
 
육아휴직 5개월째인 김모(29)씨는 “9월까지 휴직계를 냈는데 회사에서는 벌써부터 언제 나오냐는 식으로 압박한다나보다 먼저 육아휴직을 쓴 직원 중 한 명은 복귀하자마자 좌천을 당했고, 다른 한 명은 휴직기간을 1개월 연장하겠다고 말했다가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고 회사를 그만뒀다. 나도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8월부터는 복귀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성은 경제활동, 여성은 육아·가사로 구분된 성별 역할도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381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7.3% 늘었으나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남성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모성보호제도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부 중 한 명이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평균임금이 남성의 63.8%에 불과한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신·출산·육아 중인 여성을 계속 고용하는 것이 비용이라는 인식이 개선되고, 여성 일자리의 질도 올라가야 한다아직까지는 여성을 인재로서 활용하려는 인식이 적은데, 여성을 고급 인력으로 키워 사업주나 근로자 입장에서 모두 고용을 유지하는 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권(왼쪽 세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내빈들이 5월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6회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식에서 일과 가정 양립, 기업 경쟁력 제고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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