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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사회적 가치를 싣고 달리는 '사랑의 자전거'

2016-10-11 09:32

조회수 :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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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람아시아
 
사단법인 사랑의 자전거 행주동 사업장. 거치대에 세워놓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아 흉물스러워진 자전거들의 집합소. 이들은 사랑의 자전거를 통해 다시 태어나 국내외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자전거 나눔 운동을 하고 자전거 수리소, 대여소 위탁 운영, 자전거 관련 교육을 하는 사회적 기업. ‘사랑의 자전거’  이사장 정호성씨를 만났다.
 
사랑의 자전거 이사장 정호성씨. 사진/바람아시아
 
- ‘사랑의 자전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랑의 자전거는 십년 전 아는 선배가 절 불러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분이 사랑의 연탄 나누기 상임 이사라 북한에 연탄을 많이 가져다주곤 했죠. 그 선배 말씀이, 자전거는 거기 사람들의 생활필수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멀쩡한 자전거가 아파트 주변에 방치되어있고 그래요. 그런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를 북한에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사랑의 자전거’ 창립 계기예요.
 
- 이 일을 하시면서 북한에 자전거를 많이 가져다주었나요?
 
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많이는 못 가져다주었어요. 대신 국내에 어려운 이웃들과 공부방 아이들에게 수거한 자전거를 수리해서 보내주는 일을 했죠.
 
- ‘사랑의 자전거’에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어르신들 중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 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생계를 위해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수거된 자전거를 잘 활용하면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얼마 전 한국 기후환경 네트워크에 제안한 게 선정이 되어 그곳에서 받은 지원으로 손수레를 제작하고 있어요. 11월 말까지 60대 정도 만들어서 서울이라든지 경기도 인근의 노인 분들께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진/바람아시아
 
‘사랑의 자전거’에서 제작 중인 손수레. 일반적인 손수레와 달리 높이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 회전을 돕는 보조 바퀴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수거된 자전거의 부품을 활용하였고 여러 가지 기능이 더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 손수레는 노인 분들께 무료로 전달하나요?
 
네, 무료로요.
 
이 손수레가 대기업이 하기에는 돈이 안 되고, 영등포나 신당동에 있는 리어카 만드는 곳에서 하자니 싸게만 제작하려니 기능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생각들을 하지 못하고. 우리 기업은 그 틈새예요. 틈새 속에서 손수레를 개발하고 있는 거죠.
 
- 딱 사회적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기에 사회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면 사회에 유익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신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손수레가 호응이 좋으면 이런 걸 특화시킨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장애인들이 타는 자전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시중에 있는 장애인용 자전거가 굉장히 비싸거든요. 1000만원, 2000만원정도. 그걸 싸게 만들어서 보급하고 싶어요.
 
푸드 트럭 대신에 ‘푸드 바이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해외에는 많이 있는 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보편화가 되어있지 않아요. 한국에도 푸드 바이크를 전문적으로 개조하고 만드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기업이 그런 일을 하면 어떨까하고 구상하고 있어요.
 
환경에도 좋고, 많은 사람이 적은 자본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 ‘사랑의 자전거’ 홈페이지를 보면 자전거 나눔 활동도 많이 해 오셨더라고요. 이런 좋은 일을 하시고 있지만 재정적 어려움이라든지 사회적 기업으로써 겪는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요?
 
돈을 벌면 해외에 자전거 보내는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있죠. 예전에 미얀마에 자전거를 보낼 때도 대기업에서 지원해줘서 보낼 수 있는 거였거든요. 자체적으로 보내기에는 아직 어려워요.
 
해외에 자전거를 보내기만 하는 게 아니고 현지에 수리소를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자전거 정비 기술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그 사람들이 자전거 수리로 수입을 벌게 해주고, 자활 공동체를 만들고요. 그곳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게 목표에요.
 
개발도상국 지원단체에 제안을 하면 사업비를 받아 해외에 지원을 하는 사업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부담비 20%를 내야해요. 예를 들어 1억짜리 사업이면 우리가 2,000만원을 내야 하는 거죠. 지금 재정적 상황으로 그런 일을 못하고 있어요.
 
- 공익적인 일을 하려고 해도 상당한 자금이 드는군요.
 
그렇죠. 요즘은 자금 문제 때문에 공모사업에 신경 쓰고 있어요.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텐데, 아직은 어려우니까.... 어저께도 공모사업 준비로 밤을 꼬박 새다시피 했어요. 원래 직원이 해야 할 일인데 그런 일을 할 직원을 둘 만한 여력이 안 되어서 대표가 일인 삼역을 하고 있죠.
 
- 수고가 많으세요. ‘사랑의 자전거’를 하기 전에도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자활센터에서 일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자활사업이에요. 제가 사회복지를 할 때는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았죠. 하지만 거기서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제한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했는데 사회적 기업으로 오게 되면서 다양한 일을 구상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죠. 왜 안정적인 사회복지 일을 그만 두냐고. 그 전까지 그런 경험은 없었는데, 사회적 기업에 참여하며 어려움이 많았어요. 전 국장이 빚을 남기고 가서 빚 독촉도 받고, 경제적 수입도 적고, 제때 직원들 월급, 퇴직금 주는 것도 빠듯하고. 하우스에 있다 들판에 나와 찬바람을 마구 맞은 격이죠.
 
하지만 전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라고 하고 있어요. 우산 속에만 머물지 말고 빗속으로 나오라고. 제가 이전에 자활 사업도 굉장히 다양하게 해봤는데, 그런 경험들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 할 때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경험들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나오면 사회적 경제가 풍부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기업끼리 협력할 수도 있고요.
 
-사회적 기업으로 오려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사회적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넘어서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야 해요. 그 가치를 위해서 혼신을 기울여야 일이 될까, 말까 하죠. 내가 좋은 일 하는데 누가 알아주겠지, 지원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는 일을 이룰 수 없어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이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수많은 기업들. 그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말을 곱씹었다.
 
“힘들지만, 그래도 즐거운 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하다는 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 그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원동력이에요.”
 
 
 
조하린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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