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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친박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 받을까

유 의원 "당 운영 전권 달라" 요구…친박, 주도권 놓칠까 '우물쭈물'

2016-12-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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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핵심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18일 당 내홍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그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원내대표 경선과 지도부 사퇴 이후 비대위원장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억측들이 보도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로서 저의 입장을 말씀 드린다”며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자신이 전권을 쥐고 당 체질개선과 소위 강성 친박(박근혜) 인적청산 등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당 잔류의사를 밝혀와 사실상 친박과의 타협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당내 다수세력임을 재확인한 친박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업은 정우택 후보가 62표를 얻어 비박계 나경원 후보(55표)를 단 7표 차이로 눌렀다. ‘폐족’ 위기까지 몰렸던 친박은 경선 승리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게 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기세를 올렸던 비박은 잠시 주춤하게 됐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 일성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생각난다”며 “흩어지지 말고 같이 가자. 사즉생의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살려보자”면서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이어 친박계에는 19일까지 계파 해체선언을 요청했고, 비박계에는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넘길 뜻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이러한 요청에 그간 ‘21일 퇴진’을 이야기하며 버텼던 이정현 전 대표 등 친박 지도부는 일제히 사퇴하며 호응했다. 또 조원진 전 최고위원도 친박 모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소속 인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의 화합과 대통합을 위해 혁신과 통합 모임도 해체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다”며 “해체 의견이 많으면 일요일쯤(18일)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친박계 움직임은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함께, 당의 단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 비박계에게 탈당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양수겸장의 카드로 해석된다. 실제 일각에서는 비박계가 ‘탈당파’ 김무성 전 대표와 ‘잔류파’ 유 전 원내대표로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렇게 친박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상황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입장 발표는 비박계의 반격카드로 풀이된다. 친박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의를 해서 사실상 탈당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당장 친박계는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는 절대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전 원내대표는 소위 ‘배신의 정치’ 장본인”이라며 “그에게 친박이 전권을 주는 일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새누리당 분당 사태는 오는 21일을 전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만에 하나 친박계가 유승민 비대위원장을 수용하고 권한을 대폭 양보한다면 탈당 명분을 잃은 비박계가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친박이 끝내 수용하지 못한다면 분당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탈당파’도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창당 논의를 위한 공개 회동을 갖고 당내 잔류를 망설이는 비박계의 탈당을 압박했다.
 
김용태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더 이상 어떤 수모를 당해야 친박들과 결별할 것이냐”며 “새누리당을 떠나 우리와 함께 보수의 새로운 중심, 신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아직도 새누리당의 적통을 가지고 있어야 보수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믿는가”라며 “친박들을 무찌르기는커녕 질질 끌려다니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비박들 행태에 국민들 더 열 받고 화나서 보수집권은 영영 불가능할 거라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보수 세력의 목소리는 안 들리는가”라고 일침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친박들은 반성하지 않고,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것밖에 목표가 없어 보인다”며 “그런 친박들이 주류고 다수인 새누리당 구조 안에서는 새누리당 해체, 인적 청산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 새누리당 해체와 친박 인적 청산이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믿고 있느냐”며 “초심으로 돌아가달라. 정치적 계산을 그만두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우택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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