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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구멍난 서민금융)①서민금융 '풍요속 빈곤'…임종룡표 정책금융 '실패'

서민 현실외면 보여주기식 정책 급급…자금 수혈 안돼 대부업체로 내몰아

2016-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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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펼쳐온 임종룡표 서민금융 정책이 결국 헛발질만 했다는 가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민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주먹구구식 대책이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총량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하자, 금융당국은 1금융권 대출을 조이기에 바빴다. 이는 서민들을 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내모는 '풍선효과'를 초래했다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중금리 '사잇돌대출'을 설계했지만, 자격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그림의 떡'이 됐다. 1금융권 저금리와 대부업체 고금리 사이의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취지와 다르게 지금도 금리 시장은 양분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던 '국민행복기금'도 제구실을 다 하지 못했다. 경제 능력 상실자의 채무를 50%에서 70%로, 나아가 90%까지 탕감해 주겠다고 선전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했고 실제로 구제된 사람 수도 적었다. 임종룡표 서민금융 대책은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구제하지 못했고,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속출했다.   
 
22일 금융권 연구원과 서민금융 전문가들에게 임종룡표 서민금융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 결과 올 한 해 동안 이어진 가계부채 땜질식 처방으로 고금리 및 불법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늘었다며 금융당국 책임론이 부각됐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능력대로 나눠 갚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그러자 1금융권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 2금융권과 사채시장으로 대거 쏠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올 들어 76조원이나 증가해 10월말 기준으로 712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통한 '대출 조이기'를 무분별하게 진행한 탓에 서민들의 빚 부담이 커진 셈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2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소기업 금융상황 긴급 점검회
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부업체 대출 규모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1·2금융권에서 밀려온 서민들이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전체 대부 잔액은 9월말 기준 13조2600억원으로 지난 2012년 4조5600억원보다 52% 늘었다. 덩달아 불법채권추심 신고건수도 늘어나 지난 2013년 4535건에서 올해 67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투기를 목적으로 한 집단대출에 있는데, 이와 무관한 생계형 자금 수요를 틀어막아 고금리를 받는 서민들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서민지원 금융 상품이 서민들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고금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든 10%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2'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저축은행 사잇돌 대출 승인율은 30%에 불과했다. 신용등급 같은 정량정보뿐 아니라 정성정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관계형 금융망이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제도가 이식된 탓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냉장고에 음식이 꽉 차 있는지, 병원 다닐 돈을 있는지 등 정성정보를 알아야 대출이 가능한데, 준비 없이 떠밀리듯 제도가 이식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출시 신용등급 낙폭이 너무 크다는 점도 간과됐다. 운 좋게 사잇돌 대출을 이용해도, 신용등급이 평균 1.7등급이나 하락해 다음 번 대출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캐피탈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의 신용등급 하락폭인 1.1등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서민금융은 민간에서 커버를 못하는 영역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용도별로, 금리 조건 별로 서민금융을 세분화해서 지원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의 국민행복기금도 비난에 직면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더불어 민주당 제윤경의원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이 시효연장을 위해 32만건의 소송을 하는 등 채무자 추심에 열을 올리는 동안, 실제 구제된 채무자는 전체 287만명 중 30만7000명으로 10%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322만명 신용회복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스스로 국민행복기금 프로그램에 지원하고도 상환을 계속하지 못해 중도 탈락한 채무자는 15.5%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캠코를 서민의 재활을 도모하기 보다 은행이 추심하기 어려운 연체 채권을 대신 처리해 주는 대행업체란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가계부채 해결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은행행복기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빚을 갚을 만한 상황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은 처음부터 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의 원리를 적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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