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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법원 '삼성 노조와해 문건' 실체 인정…"노조간부 해고 부당"

"여러 사정 종합해 문건 진정성 인정한 원심 정당"

2016-12-2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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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삼성그룹이 내부 문건을 만들어 직원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부당한 징계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9일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과 삼성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에버랜드가 내세운 원고의 징계사유가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고, 원고에 대한 해고는 징계사유에 비춰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가혹한 제재로서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버랜드가 원고를 해고한 실질적 이유는 원고가 노조를 조직하려 하고 실제로 삼성노조를 조직한 후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같은 취지로 본 원심 판단 역시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문서는 진정성립이 증명돼야만 증거로 삼을 수 있지만 증명방법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당사자가 ‘부지’라고 다투는 서증은 거증자가 그 성립을 증명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은 다른 증거에 의하지 않고 변론의 전 취지를 참작해 자유심증으로 그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변론에서 드러난 여러사정을 종합해 삼성 측이 작성한 문건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한 조씨는 2011년 7월 복수노조제가 시행되면서 동료 직원들과 함께 새 노조를 만들다가 징계 해고당하고 회사 측으로부터 업무상배임죄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징계해고 및 고소 사유는 인사에 불만을 품고 메일을 전송한 점, 임직원 4300여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점, 상급자에게 협박성 문자 등을 보낸 점, 무단결근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점 등 8가지였다. 조씨는 중앙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해고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조씨는 부당해고의 근거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문제인력 4명이 외부노동단체와 연계해 삼성노조 설립', '노조설립 전 주동자 즉시 해고', '모욕, 주거침입 등으로 맞고소' 등의 방침이 지시돼 있었다. 또 '평상시 근태불량, 지시불이행 등 문제행위를 정밀하게 채증해 유사시 징계할 수 있도록 준비', '노조대응 전략·전술을 세밀히 연구·보완해 노조 설립시 조기와해 및 고사화 추진'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기재돼 있었다. 아울러 '당부말씀' 란에는 '노조설립 상황 발생해도 당황하지 말 것', '각 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노조를 조기에 와해시킬 것'을 강조한 문구도 있었다. 이 문건은 2013년 10월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문건이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해당 문건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노동조합을 소멸시키기 위해 조합원 조씨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2심도 "회사가 적시한 조 부위원장의 징계사유 대부분은 삼성노조가 설립되기 이전의 행위지만, 회사가 내부 대응 전략에 따라 조 부위원장의 비위를 집중 추적, 수집한 것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 부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청사 설경.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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