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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SK플래닛 빅데이터 활용, 패션유통 새길 개척한다

작년 9월 패션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 앤' 출시…혁신 플랫폼으로 부상

2017-02-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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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SK플래닛의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 앤'이 입소문을 타고 성공적인 빅데이터 신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SK플래닛이 지난해 9월말 선보인 '프로젝트 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해외 명품이나 국내 유명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 최신 옷과 가방을 빌려 입을 수 있는 O2O 서비스다. 음악을 들을 때 매번 MP3 파일을 구매하지 않고 스트리밍해 듣다가 좋으면 그 때 구매하듯 원하는 옷을 골라서 빌려입고 가격과 스타일이 맞으면 살 수도 있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정작 입을 옷은 없고 그렇다고 매번 새 옷을 사기에는 카드값이 만만찮은 소비자들에게 입고 싶은 옷을 필요할 때에만 골라서 입을 수 있는 전례 없던 플랫폼이 되고 있는 셈이다.
 
'프로젝트 앤'에 대한 초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서비스 오픈 3개월만에 가입자가 3만명을 넘어섰으며 유료 이용자는 4000명을 돌파했다. 
  
서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두고 '프로젝트 앤'을 이끌고 있는 김민정(사진) 프로젝트1실장은 "특정 소비자의 삶에 세부적으로 파고들고자 한 회사의 목표와 옷을 좋아하는 여성으로서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앤'의 탄생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플래닛은 11번가와 OK캐시백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사업에서 대신 특정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신사업을 준비했고 출발점으로 '의생활'을 선택했다. 여기에 옷을 좋아하는 소비자로서의 고민과 경험이 녹아들며 서비스가 개발됐다. 기본 컨셉트는 대여 서비스지만 정체성은 '스트리밍'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민정 실장은 "단순한 대여가 아닌 옷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삶에 침투하기 위해서 서비스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리밍을 통해 '사는 것'에 국한된 의류 소비 방식을 바꿔보겠다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사지 않고도 새 옷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신진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며 기존 오프라인 편집숍이 하던 유통채널로써의 역할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작년 가을·겨울 시즌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00여개 브랜드와 함께 했는데 브랜드들이 소비자 반응을 통해 자심감을 가지게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SK플래닛은 '프로젝트 앤' 이용자들이 거의 매일 앱에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반 쇼핑몰 앱의 평균 재방문율이 20% 안팎인 점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재방문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입고 알람' 기능이 주효했다. '프로젝트 앤'은 한정 수량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선착순으로 대여를 진행하는데 소비자 편의를 위해 미리 '찜'한 상품이 들어오면 알람을 발송한다. 이 기능이 게임 같은 기능을 하며 방문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방식의 혁신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앤'은 이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패션 유통 혁신을 노리고 있다. 
 
현재의 패션시장은 제조사나 유통업체가 빅데이터를 수집하기가 힘든 구조를 가지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제조사는 유통채널에 제품을 넘기는 순간 누가 사가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힘들고 유통채널은 소비자가 무엇을 선호해 그 제품을 골랐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제조와 유통을 일괄적으로 하는 SPA 브랜드는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지만 자사 브랜드에만 국한된다. 
 
하지만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 앤'은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무엇을 사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양방향·실시간으로 축적할 수 있다. 
 
김 실장은 "야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바로 이 빅데이터"라며 "데이터에 기반해 리테일링(유통)을 혁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누가 어떤 종류의 옷을 선택하는지를 알면 언제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바이어의 '감'에만 의존하는 유통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패션 유통업계의 구글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 키워드를 분석해 '패션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한다. 업계에서는 옷 한 벌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 구글의 분석이 기가막히게 맞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것이 바로 빅데이터의 힘이다. 
 
김 실장은 "사람이 경험치를 통해 예측하는 것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한다면 훨씬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점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SK플래닛)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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