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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박 대통령 버티기에 불똥 맞은 삼성

'피의자 박근혜' 조사 불능상태…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정당성 없어져

2017-02-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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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결국 그 불똥이 삼성그룹으로 튀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를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 등을 상대로 그 사이 추가로 파악된 사항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번주 중 이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박 사장과 황 전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이 3주간의 침묵을 깨고 이 부회장과 박 사장, 황 전무를 피의자로 전격 소환 조사하는 데에는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특검팀은 최근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을 먼저 조사하고 그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등 삼성 뇌물혐의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먼저 앞세운 이유는 법원이 지적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기각 사유 때문이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달 19일 영장청구를 기각하면서 여러 사유를 댔지만 뇌물수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뇌물을 준 사람을 구속하겠다면서 받은 사람을 조사하지 않는 것은 적법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후 특검팀은 윤석열 수사팀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압수수색·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와 같은 조준선에 두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청와대 압수수색팀과 대통령 대면조사팀 모두에 한동훈 부장검사가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는 윤 팀장과 함께 박 대통령에 대한 삼성 뇌물 의혹을 수사해왔다. 지난 달 11일 이 부회장이 특검팀 사무실로 처음 소환됐을 때도 한 부장검사가 조사를 맡았다.
 
그러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조사를 각각 거부하면서 특검팀의 삼성전자 뇌물혐의 조사는 사실상 좌절됐다.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이 추후 대면조사 일정을 특검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특검팀은 한 발 더 나가 박 대통령에게 출석통지서를 송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정에 출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최후변론으로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특검팀에게는 실익이 없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이 부회장에게 독이 된 셈이다. 특검팀으로서는 할 수 있는 노력과 시도를 모두 했지만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의 권력을 앞세워 수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앞서 법원이 지적한 기각사유는 더 이상 정당성이 없게 됐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반면, '이 부회장의 불행'은 롯데나 SK, CJ 등 삼성전자와 함께 뇌물혐의 선상에 오른 재벌기업 총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과 재벌기업간 뇌물 수사 범위에서  '재단출연금 지원 뇌물' 의혹을 일단 제외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롯데 등은 미르·K재단에 거액의 출연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면세점 사업권 특혜나 총수들의 사면을 얻어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특검팀의 ‘재단출연금 뇌물수사’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마중물로 롯데 등 다른 재벌총수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었다. 롯데 등은 삼성전자와는 달리 재단출연금 지원 외에 별도로 최씨 모녀 등에게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특검팀으로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펼치기엔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2주 후면 특검수사가 종료된다. 특검팀은 25일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자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계와 법조계 중론이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과 함께 수사초기 조사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대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사장과 황 전무는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법인과 220억원대 마케팅 계약을 체결한 뒤 이 중 35억원을 지원한 혐의 등 받고 있다.
 
다만, 롯데 등이 당장 특검팀 조사를 피하게 되더라도 이후 검찰 수사가 예정돼있다. 특검법상 특검이 수사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사건을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인계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최 사장과 장 사장 역시 검찰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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