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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현장+)LG화학 R&D의 메카 '대전 기술연구원'

축구장 40배 크기에 총 7개 연구동 갖춰…'LG화학 연구개발의 산실'

2017-04-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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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지난달 31일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이곳의 대학 캠퍼스 같은 자유로움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처럼, 녹지와 연못에 둘러싸인 연구원의 전경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연구원 안으로 들어서자 날선 긴장감이 팽배했다. LG화학의 싱크탱크이자 연구개발(R&D)의 메카인 만큼, 연구동 내부에서는 수천명에 달하는 석·박사 연구원들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장비들을 쉼없이 돌려가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약 8만7000평) 부지에 지상 4층 규모의 본관동을 시작으로 총 7개 연구동으로 구성된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은 LG화학 연구개발의 모든 역사를 함께 한 심장 같은 존재다. 
 
지난 1979년 70여명의 인력으로 출발한 대전 기술연구원에는 현재 생명과학을 비롯해 ▲기초소재연구소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연구소 ▲배터리연구소 ▲중앙연구소 등과 분석센터에 38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R&D 인력 5300명의 72%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중 박사 구성비는 20%에 육박한다. 통상 국내 민간기업 연구소의 박사급 비중이 6~7%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이 대전 기술연구원에 두는 무게감이 짐작 가능하다.
 
R&D에 투입되는 전체적인 투자금액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설립 당시 최초 투자 금액은 35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R&D에만 사상 최대 금액인 1조원을 투입한다. 향후 매년 10%이상 늘려, 오는 2020년에는 1조4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찾은 연구원 곳곳에선 회사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에 따른 성과와 이를 기반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본관 연구동에선 고흡수성수지(SAP) 시연이 진행됐다. 가루형태의 SAP에 물을 붓자 스펀지와 같은 형태로 빠르게 부풀었다. 그물망 입자 형태의 가루로 존재하던 SAP가 물을 통한 삼투압 현상에 의해 그램(g)당 500배에 달하는 물을 급속도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기초소재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메탈로센계 촉매 기술을 독자개발해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제품인 엘라스토머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국내 유일한 아크릴산 제조사로서 성인 및 아동 위생용품과 기저귀 등의 원료인 SAP 시장도 이끌고 있다.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배터리 기술력 시연에선 LG화학의 독자 기술인 안정성 강화 분리막(SRS)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열기에 일반 분리막과 SRS 분리막이 적용된 전지를 올려놓고 1분간 180℃에 노출시킨 결과, 일반 분리막은 심하게 수축이 일어났지만 SRS 분리막은 정상 상태를 완벽히 유지했다. LG화학이 특허를 획득한 SRS 기술이 양극과 음극 간의 내부단락을 방지하기 위해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이제안 LG화학 배터리연구소 분리막개발팀 연구원은 "SRS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G화학은 GM, 르노, 다임러, 아우디 등 글로벌 30여개 고객사로부터 수백만대가 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에 운행 중인 친환경 차량 중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만 60만대를 넘어선다.
 
1연구동에는 다양한 의약품 연구개발 실험이 이루어지는 생명과학연구소가 있다. 생명과학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획득한 항생제 '팩티브'를 비롯해 국내 최초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와 뇌수막염 백신 '유히브', 첫 국산 미용 성형필러 '이브아르' 등을 배출했다.
 
연구동 2층에 위치한 제형연구센터의 한 실험실. 의약품이 체내에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형태 및 크기를 결정하거나, 약효가 떨어지지 않도록 코팅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다양한 조합들을 통해 제작된 의약품 샘플들은 최종적으로 사람 몸 속과 같은 온도 및 환경을 구현한 용출기에서의 용출 양상 연구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스펙을 결정한다. 제형 연구를 마지막으로 기술연구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합성신약 연구 프로세스가 완료되며, 이후 임상시험과 공장에서의 상업생산 공정 구축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신약개발을 위해 미생물발효배양기에서 배양액을 추출중이다. 사진/LG화학
 
자리를 옮겨  분석센터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합성신약 연구개발에 있어 소중한 자산들이 모인 두뇌와도 같은 곳이다. 신약 개발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합성된 수많은 물질들을 보관해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케미컬 라이브러리'다. 김회숙 신약연구센터 연구원은 "케미컬 라이브러리의 데이터베이스가 많을수록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때 이를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개발 기간 또한 현저히 단축된다"고 말했다.
 
현재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케미컬 라이브러리 데이터베이스는 약 13만종이다. 이는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다. LG화학은 지난 1994년 합성신약 연구를 착수한 이래 지속해서 연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해 동부로부터 인수한 팜한농과 올해 1월 흡수합병된 LG생명과학의 신사업 육성을 위한 바이오 분야 연구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LG화학은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 오는 2025년까지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복안이다.
 
기술연구원은 크게 5개의 사업분야별 연구소와 기반기술 및 미래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연구소로 구성돼 있다. 500여개의 연구과제를 다루는 300개 이상의 연구팀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계획되면 각 연구팀들의 강점에 맞춰 유기적으로 새롭게 가상의 조직을 구성, 연구원 내부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유연하게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사내 기술 컨퍼런스 행사인 '테크페어'를 비롯해 프로젝트의 기술적 이슈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아이포럼', 기술적인 난제에 대해 각기 다른 분야의 사내 전문가를 선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원패드' 등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원패드 프로그램을 통해 각기 다른 부문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동공구용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과정'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연구원들이 수년간 축적해 온 각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속적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 제공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R&D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 중인 LG화학은 현재 국내 1만7000여건, 해외 2만3000여건의 특허 등록 및 출원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대전=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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