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익도

(잠깐, 독서)다큐 사진에 담긴 탄핵과 광장

2017-05-11 16:06

조회수 : 56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다큐멘터리 사진은 시간이 만든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강력한 도구다. 사각형 프레임 속에서 수많은 함축어들을 발사하며 우리를 과거로 돌려놓는다. 함축어들은 대개 현장 최전선에 있는 사진가들에 의해 건축된다. 아스팔트를 구르고 폭행 사고를 당하더라도 그들은 진실에 가까운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노력과 결실은 과거를 다시 보고 오늘을 바로 살며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창’이 된다.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는 그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10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1명의 역사학자가 박근혜 정권 4년의 기록을 담아냈다.




이들은 단지 ‘국민이 얻어낸 승리의 순간’을 기념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근원적 문제들을 탐사해 그것을 우리 앞에 과제로 펼쳐놓는다. 때문에 감격의 순간을 재경험하는 한편으로 무거운 짐도 느끼게 된다.


책의 1부는 시민 모두가 역사의 주체가 됐던 ‘광장의 기억’을 담고 있다. 촛불로 일렁이던 순간부터 최순실에게 인터뷰 마이크를 던지는 기자들, 축제로 변한 광화문 현장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2부는 우리가 그 광장에 불러내야 했던, 세월호부터 사드배치 시위, 한일 위안부 합의, 노인 빈곤 문제까지 여전히 아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 밤에는 지난 수년간 쌓여온 사진들을 찾아 정리했고, 낮에는 아스팔트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현장을 기록했다. 특히 이 책에 참여한 채승우, 정운씨는 태극기를 들고 난폭한 행동을 일삼던 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카메라를 강탈당하는 사고까지 겪었다.”(이상엽 사진가)


“이 사진집은 즐거웠던 승리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실제로 우리는 승리를 했고 그 경험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승리에 도취해 벌써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될까 봐 우려하는 마음이 이 사진집에는 담겨 있다. 오만방자한 검사들과 민주적인 대화를 시도했던 노무현이 결국 누구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렸던가. 용서, 화해, 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이르다.”(후지이 다케시 역사학자)


시간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4년이다. 책 속에서 그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렇게 살펴 가면 우리가 잊었거나 잊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환부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탄핵의 원인은 단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권익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