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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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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그룹 신수종 점검)③LG의 명예회복 '전장'에 달렸다

반도체 잃고 모바일 부진에 '허덕'…추락이냐 도약이냐 '신수종사업'이 가른다

2017-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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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맞수라고는 하지만 LG는 삼성이 버겁다. 5월 기준 LG 총 매출은 114조6100억원으로, 삼성(279조652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자와 화학, 디스플레이, 유플러스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한 곳을 따라가기에도 힘이 부친다. 반도체를 잃고 모바일이 부진한 결과다.
 
LG는 2005년 그룹 분할로 재계 2위 자리를 현대차에 내줬고, 2006년에는 3위 명함마저 SK에 빼앗겼다. 케미칼의 힘으로 롯데가 무섭게 성장하면서 4대그룹 지위마저 내줄 처지로 내몰렸다. 당연히 '체질 개선'이 지상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LG는 2010년을 전후해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전장, 바이오, 스마트그리드 등 5대 분야를 그룹의 미래로 선정했다. 결과에 따라 추락과 도약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태양광·LED는 '기대 이하'
 
이들 신수종 사업 성적표를 보면, 태양광과 LED는 기대에 못 미친다.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역량을 투입, 발전량이 높아진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LG전자 태양광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대다. 들인 '품'에 비하면 성과는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LG화학이 폴리실리콘사업 신규투자 철회를 결정, 태양광 철수설까지 돌았다. LG는 아직 손을 떼지는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육성할 예정이어서 정책적 희망도 있다.
 
LED도 사정이 비슷하다. LG이노텍이 주도하는 가운데 스스로도 "LED 시장이 정체 상태에 있다"고 인정한다. LG이노텍의 LED사업은 2010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며, 시장점유율은 2016년 기준 4.2%로 3년 전보다 35% 감소했다. 그나마 최근 LED 사업을 전장부품 쪽으로 전환·확대, 미래를 위한 기반은 만들었다.  
 
전장은 '그룹 미래'
 
전장사업은 그룹의 미래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2년 앞선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본준 부회장이 주도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었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한 데 모았으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역량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를 통해 전장사업을 총괄하면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디스플레이·오디오·내비게이션) 제품을 중심으로 자동차 설계 용역, 생산설비·부품 공급 등을 수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010년부터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합작, HL그린파워를 만들어 배터리팩 공동개발을 수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3월에는 벤츠에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패널을 공급, 향후 전장 디스플레이에서도 우위를 점할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LG는 GM의 전기차 '볼트'에 전지(LG화학)와 구동모터(LG전자) 등 핵심부품 11개를 공급하고 있어, 볼트의 판매 확대가 그룹 전장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볼트는 올 초 '북미국제자동차전시회' 승용차 부문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될 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전장에서만큼은 LG가 삼성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오랜 기간의 준비와 그룹 차원의 지원이 맺은 결실이다.
 
옥의 티는 실적이다. 지난해 VC사업본부 매출액은 LG전자 전체에서 5.0%(2조7730억원)에 그쳤고, 632억원의 영업손실로 부담까지 안겼다. 하지만 VC사업본부를 바라보는 그룹 안팎의 시선은 긍정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C사업본부(모바일)를 대체할 희망으로까지 불린다. 박형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C는 향후 3년간 30% 이상의 고속성장이 예상된다"며 "가전과 VC의 사업성이 스마트폰의 불확실성을 넘어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오·스마트그리드 "우리도 있다"
 
바이오도 사업 재편을 마쳤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4000여억원을 투자해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3000억원을 유상증자,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팜한농은 지난해 기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종자·비료 시장 2위의 업계 선두 농자재 기업이다. 올 1월에는 LG생명과학을 합병해 시너지도 기대된다. LG화학 측은 "연간 매출액의 2%를 연구개발에 투자, 동종 업계보다 평균 2배 많다"며 "고부가가치화를 꾸준히 추진한 덕분에 그간 업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고 자동차전지 등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그리드에서는 LG유플러스가 2015년부터 한국전력과 협력에 나서, 올해 스마트공장 2000개 설립 등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구축을 본격 진행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축적한 전력분야 기술력과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강점을 융합하면 국가적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IoT 등과 연계하는 신사업 모델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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