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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서울시·서울대, 한국인 위안부 영상 최초 발굴

美국립문서기록관리청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영상 2년여 조사·검증

2017-07-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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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한국인 위안부 모습이 담긴 영상이 최초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는 2년여 동안 끈질긴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해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중국 송산에 포로로 잡혀있던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를 촬영한 18초짜리 흑백 영상이 처음 발굴돼 공개된 것으로,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에 대한 증언, 문서, 사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영상 속에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여성 7명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 카이(Shin Kai)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만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거나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영상 속 장소는 미·중연합군 제8군 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한 민가 건물이다. 이곳에서 위안부 포로 심문이 이뤄졌다.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에드워드 페이(Edwards C. Fay) 병장 추정)이 1944년 9월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이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기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적하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릴(reel) 가운데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영상 속 인물들을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앞서 2000년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은 미?중연합군이 이후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위안부들은 이후 중국군이 쿤밍 포로수용소로 데려갔다. 이때 작성된 쿤밍 포로 심문 보고서를 보면, 포로수용소에는 조선인 25명(여성 23명·남성 2명)이 구속됐는데 조선인 중 10명은 송산 지역의 위안소에서 체포된 위안부들이었고 13명은 등충의 위안소에 있었던 위안부들이었다. 이때 작성된 명부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쓰여 있다.
 
사진 왼쪽은 중국 송산에서 미군이 찍은 사진, 오른쪽은 이번에 발표된 영상의 캡처 사진. 자료/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
 
한편 아시아·태평양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치닫고 있던 1944년 6월 미·중 연합군은 일본군이 점령한 송산, 등충, 용릉 등을 공격했고 9월7일 송산을 점령했다. 이때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미?중 연합군 포로로 잡혔고, 14명은 일본군에 의해 학살되거나 전투 과정에서 죽었다. 이 당시 모습을 담은 위안부 사진은 세상에 공개돼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돼왔다.
 
이번 연구조사를 주도한 강성현 교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 발굴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규숙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제대로 된 위안부 백서조차 발간되지 못 한 척박한 환경에서 처음 발굴된 위안부 영상자료로서 의미를 지닌다”며 “위안부 연구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데 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미국 국립문서기록 관리청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 등 7명 여성 모습 담긴 영상을 발굴해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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