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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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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홍하이 협상' 압박카드…SK "조건 바꿔서라도 계약 체결"

2017-07-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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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던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6일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도시바가 중화권인 대만의 홍하이를 협상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조바심도 커졌다. 연합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압박해 지분 인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로서는 조건을 물려서라도 협상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SK 고위 관계자는 12일 “CB(전환사채) 조항을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협상 결렬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현지 언론들은 도시바가 대만 홍하이 폭스콘,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매각 협상을 재개했다고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시바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아닌 다른 입찰자와 협상 중임을 확인해줬으나, 대상이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도시바는 11일 채권단과의 미팅 이후 다른 입찰자들과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연속 부채초과 상태인 도시바는 서둘러 메모리사업을 매각해 재무손실을 막아야만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는 처지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은 지난달 도시바와의 최종계약 체결을 희망했으나 현재까지 지연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도시바는 융자 방식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추후에 융자를 CB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분 확보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는 일본 정부의 방침과도 일치한다. 반한감정 등 현지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업계는 그러나 이번 협상 재개 소식과 관련해 도시바가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홍하이의 경우 기술 유출 측면에서 일본 정부가 기피하는 1순위다. 업계 관계자는 “홍하이가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음을 내비쳐,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뜻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하이와의 협상 재개는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에게도 부정적이다. 과점 구도가 깨져 반도체 수출이 저해되면 국가적 손실도 막대하다. 
 
보다 큰 변수는 WD다. WD는 입찰절차 자체가 합작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독자적으로 인수 제안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달 미국 법원에 매각 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대한 청문회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WD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미국 투자펀드 KKR과 공동으로 지난달 27일 도시바에 인수 제안을 했으며, 인수가는 한미일 연합이 제시한 금액(2조엔)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실제 입찰 금액은 문서가 편집돼 확인할 수 없다.
 
INCJ와 DBJ가 SK하이닉스를 대신해 WD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도시바 경영진들은 WD와의 거래를 꺼려왔다. WD가 지난해 5월 도시바의 메모리칩 비즈니스 파트너인 샌디스크를 인수하자 양사 관계가 긴장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번에도 WD가 인수할 경우 도시바는 경영권 침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낸드, 도시바는 D램이라는 양사 모두의 약점을 보완해 윈윈할 수 있다”며 최종계약 체결을 기대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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