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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검찰, 박 전 대통령 징역 30년…"헌정 질서 짓밟아"(종합)

"진지한 반성 없고, 비극적 역사 재발 방지 고려"

2018-02-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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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실형과 함께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하루빨리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짓밟았다"며 "훼손한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운 점, 진지한 반성과 사과 의지가 없는 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얻은 이익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점, 준엄한 사법부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번처럼 비극적 역사가 나오면 안 된다는 점을 위정자에게 보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행정부 수반으로 국정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비선실세에게 국정을 맡겼다. 국민은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문화계까지 관여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자유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꿈꾼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간절한 꿈을 앗아갔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사건이자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됐다.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매년 안가라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최고 경제권력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자신과 최씨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서로 윈윈하는 자리였다'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인 박승길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못 이겨 돈을 낸 피해자가 아니다. 기업들은 경제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이용하려 하기도 했다"며 "과거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함께 박수 치던 사이에서 정권이 바뀌고 해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과거의 일을 억지로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업무까지 없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부디 실수가 있었더라도 밤낮으로 노력했던 점을 감안해 유죄가 인정돼도 선처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 순간 감정에 복받친 듯 10초가량 말을 잇지 못하며 흐느꼈다.
 
이후 국선변호인인 김혜영 변호사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기 위해 기업들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등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최씨가 언급한 더블루케이와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최씨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며 "박 전 대통령은 미혼이고 부양할 가족도 없다. 위법행위를 하면서까지 부를 축적할 이유가 없고 귀속된 사실도 없다. 국민과 약속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일했는데 최씨와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담당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직접 나왔다. 검찰이 구형량을 밝히는 순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60대 방청객들이 검찰을 향해 반발 발언을 내뱉으면서 법정 안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김세윤 재판장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재판이다. 방청석에서 조그만 소리라도 나면 재판 심리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및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 명목으로 298억여원(약속금액 포함 433억원)의 뇌물을 받는 혐의(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 됐다. 이와 별도로 뇌물수수 혐의 재판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2016년 4·13 총선 당시 이른바 '진박' 인사를 공천·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는데 이 부분은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가 심리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최씨는 지난 13일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최씨는 국정 질서를 혼란에 빠뜨렸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게 했다.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최씨에게 지위를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한 최씨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3개는 최씨와 공모한 부분인데 당시 재판부는 최씨의 18개 혐의 가운데 15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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