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유예' 대출 부실 우려에 은행 연체여신 관리 안간힘
무수익여신 1분기 3.2조 역대 최저…"건전성 착시, 대선 앞두고 또 연장될까 우려"
2021-05-25 06:00:00 2021-05-25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코로나19사태로 상환 유예한 62조원 규모의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며 연체 여신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실자산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탓에 자산건전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향후 발생할 부실을 미리 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분기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2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6495억원 대비 4101억원 감소했다. 역대 최저치인 지난해 말(3조1514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28%로 전년(0.34%) 대비 0.06%p 줄었다. 지난해 말에 이어 2분기 연속 0.20%대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되거나 이 기간 이자가 한 차례도 납입되지 않은 대출을 말한다. 부실자산으로 분류돼 은행은 충당금을 쌓아 손실 가능성을 보전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무수익여신 규모에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1분기 평균 145.53%까지 올렸다. 감독기준인 100%를 1.5배가량 웃돈다. 부실여신이 1년 사이 약 4000억원 줄었음에도 충당금 적립 비율을 전년(113.25%) 대비 32.27%p 높이면서 완충력을 키웠다. 
 
은행들이 연체 규모를 최소로, 충당금 적립 비율을 최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실행된 코로나 대출에서 부실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3월말까지 4대 은행에서 취급된 관련 대출 만기 연장분은 62조4668억원이다. 당초 3월부터 상환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2월 중순 금융당국이 유예 시한을 6개월 더 연장하면서 부실 대출의 판별은 재차 미뤄졌다. 지난해 9월 이후 두 번째 연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건전성이 좋아 보이나 실상은 평가된 대손충당금만큼의 부실을 이미 안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진짜 위기는 9월 유예분의 연체(90일 뒤)가 시작되는 내년 1분기부터인데 내부에서는 시기가 대선과 겹치는 까닭에 재차 깜깜이 대출이 연장될까 하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은행들이 연체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의미는 그만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만 정부의 중기 대출 지원 정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을 단순히 죄기보다는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규모를 조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 대출 금리는 3월 평균 2.74%로 올 들어 3개월째 상승 중이다. 은행들은 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이 2분기 더 높아진다고 판단하는 상태로, 대출 죄기를 비롯해 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은 계속해 높아지는 양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면서 부실율을 일정 부분 관리하고 있는데 되레 대출 수요가 늘면서 1분기 수익성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언제라도 하락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데 당장 수익에 기대 서민금융 재원, 대출 원금삭감 등 공적 역할을 위한 비용부담을 강요받고 있어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62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출이 부실로 돌아올까 하는 불안감에 연체 여신 관리에 안간힘인 가운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 본점 여신(대출) 상담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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