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⑨양재영 “'그라믄 안돼' 어머니가 쓰던 말"
2014-06-11 08:30:00 2014-06-11 08:30:00
◇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의 아홉번째 주인공인 배우 양재영. (사진=코스타 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거친 '상남자'의 느낌을 풀풀 풍기는 외모의 '부산 사나이' 양재영. 아직까진 이름만 듣곤 그가 어떤 배우인지 못 알아채는 대중들도 많을 듯하다. 하지만 이 한 마디를 들으면 "아, 그 배우!"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라믄 안돼." 양재영이 영화 '바람'에서 했던 이 대사는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양재영은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카메오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라이징스타' 양재영에 대한 영화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양재영은 개성있는 캐릭터와 연기력면에서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조만간 영화계와 드라마계를 넘나들며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양재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박진희, 안혜경 등이 소속된 코스타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양재영은 오는 21일 첫 방송될 예정인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 출연한다.
 
양재영과 만나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 사나이답게 시원시원한 입담이 인상적이었다.
 
◇프로필
 
생년월일 : 1980년 10월 8일
이름 : 양재영
키 : 180cm
몸무게 : 88kg
필모그래피 : 영화 ‘돌려차기’, ‘사생결단’, ‘GP506’, '걸스카우트', ‘스페어’, ‘바람’, ‘황해’, ‘푸른소금’
 
◇영화 '걸스카우트'에 출연했을 당시의 양재영. (사진=코스타 엔터테인먼트)
 
◇"개구쟁이 같았던 학창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
 
양재영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안 믿으시겠지만 정말 평범한 아이였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중학생 때까진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 하면서 지냈다. 저녁 때는 합기도 학원을 다녔고,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일상을 반복하면서 살았다”고 전했다.
 
“고등학교는 예고를 가서 사진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공부에 관심이 있던 친구도 아니었고 가서 놀기만 했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개구쟁이였어요.”
 
이어 “사실 고등학교 때까진 인생의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한 양재영은 “그래도 인생에서 제일 재밌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푸른소금'에 출연한 양재영. (사진=코스타 엔터테인먼트)
 
◇내성적이었던 앙재영이 배우가 된 계기는?
 
양재영은 스스로에 대해 “끼도 없고 굉장히 내성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기 쪽으로도 전혀 생각이 없었다”는 양재영은 어떤 계기를 통해 배우가 된 걸까.
 
그는 “고등학교 때 입시 준비를 위해 2년 동안 동양화를 한 적이 있는데 입시 한 달 전에 선생님이 ‘넌 미술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술을 그만두고 1주일 동안 학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한 명이 한 번 따라와보라고 해서 따라갔다. 여자가 따라오라니까 그냥 따라갔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 여학생과 함께 갔던 곳이 바로 부산시 서면에 있는 한 연기 학원이었다.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어요. 그때 연기에 흥미를 느껴서 덤벼들게 된 거죠.”
 
◇양재영은 영화 '바람'에서 "그라믄 안돼"라는 인상적인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코스타 엔터테인먼트)
 
◇"무명 생활? 바보처럼 버티지는 말자고 생각"
 
양재영은 스무 살 때 대학로로 향했다. 그렇게 해서 아는 형들 밑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군복무를 한 양재영은 제대 후 스물 네 살 때부터 본격적인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첫 출연작이 지난 2004년 개봉했던 영화 ‘돌려차기’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 현빈이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었다.
 
“당시엔 젊은 혈기 하나로 오디션에 합격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영화 ‘사생결단’에도 캐스팅이 됐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만한 부산 캐릭터였거든요.”
 
데뷔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고 게을러서 작품을 찾아다니는 걸 잘 못했는데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스타는 아니기 때문에 일단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바보처럼 버티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재영은 '응답하라 1994'에 특별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캡처=tvN)
 
◇'바람', 그리고 "그라믄 안돼"
 
양재영은 영화 '바람'을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배우 정우의 실제 학창시절을 다룬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바람'을 촬영할 당시엔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아무 기대 없이 찍었던 작품이에요. 남들이 볼 땐 관심이 없었지만 우리는 진지했죠.(웃음) 서로가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정우를 주축으로 해서 단합이 참 잘 됐다.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보니 정우가 굉장히 열심히 했다”며 “그때 친구들과는 가끔씩 한 잔 하기도 하고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유행어인 “그라믄 안돼”란 대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될 걸까.
 
“원래 대사는 그 대사가 아니라 욕이었어요. 그런데 영화 속의 욕은 적재적소에 사용돼야지 그저 강한 느낌을 표출하려고 욕을 하는 건 식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에 맞는 말이 뭘까 생각하다가 어머니가 자주 쓰던 ‘그라믄 안돼’란 말이 떠올랐어요. 어머니가 저한테 ‘어디서 나쁜 짓 하고 그라믄 안돼’라고 말씀하시곤 했거든요.”
 
그의 ‘응답하라 1994’ 카메오 출연은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던 정우와의 인연을 통해 이뤄졌다.
 
“정우가 직접 전화해서 부탁을 했어요. 그 드라마의 신원호 감독님도 ‘바람’을 보고 섭외를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드라마를 찍을 때 스태프 분들의 배려가 너무 좋았어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말? 다 잘할 수는 없어"
 
양재영의 트레이드 마크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다. 이 사투리가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양재영에게 서울말 연기에 도전을 해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예전에 ‘스페어’란 영화를 찍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서울말 연습을 하고 다녔고, 서울말로 대사를 했는데 그 연기가 나빴다기 보다는 표현의 한계를 느꼈어요. 아무래도 제가 기존에 썼던 말을 쓸 때와 안 쓸 때의 차이가 나죠.”
 
그러면서 그는 “내가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다 장단점이 있듯 제가 완벽할 순 없잖아요.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그런 한 명, 한 명의 사람들과 캐릭터가 다 만나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제가 적재적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이어 “내가 안 되는데 그걸 내가 억지로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런 점에 오히려 나의 장점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배우가 그 캐릭터를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줘서 작품을 더 재밌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모든 게 생각과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 빨대 속의 요구르트처럼 빨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절로 묻어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양재영은 "내 작품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화 '푸른소금' 출연 당시의 모습. (사진=코스타 엔터테인먼트)
 
◇라이징스타 양재영, 톱스타가 된다면?
 
충무로의 라이징스타로 인정 받고 있는 양재영. 그는 어떤 톱스타를 꿈꾸고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내 작품에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란 배우를 선택했을 때 내가 그 작품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로 인해 작품에 피해가 가는 것이 굉장히 싫거든요.”
 
이어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절대로 회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도망가지 않고 내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힘주어 말하는 그의 말투에서 배우로서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묻어나왔다.
 
◇부산 사나이의 첫사랑은?
 
첫사랑 이야기를 꺼내니 양재영은 쑥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중학교 때였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일이다.
 
“친구 누나가 첫사랑이었다”는 그는 “더 이상 자세히 밝히면 안 된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이유는 지금도 가장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는 그 친구가 자신의 누나를 양재영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 
 
양재영은 "이 정도로 이야기해도 아마 그 친구는 모를 것"이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양재영은 헬기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주한 미군이 최근 공개한 신형 치누크 헬기. (사진=뉴스1)
 
 
◇"헬기 갖고 싶어요"
 
양재영에게 요즘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뭔지 물어봤다. 통이 컸다. 그는 “헬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인 부산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기가 너무 힘들어 평소에도 헬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양재영은 “앞으로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테니 많이 사랑해주시고 아껴달라”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금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가더라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겠다. 빨리 가는 것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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