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통신·전자제품 설치·수리 기사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임금인상률이 소폭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임금인상률이 비교적 높았다. 앞으로는 임금인상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30일 <뉴스토마토>는 KTS(KT 계열사), 홈앤서비스(SK브로드밴드 계열사), LG유플러스 협력업체, 티브로드 협력업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설치·수리기사의 올해 임금명세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LG유플러스 협력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노동자의 고정급은 200만원 안팎이다. 2016년 기준 월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은 각각 281만원과 209만원이지만, 이들은 저임금노동자(중위임금 2/3)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소득이 높지 않아, 연장근무와 영업실적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통신·전자업체 설치·수리기사 임금명세서. 제작/뉴스토마토
KTS, 홈앤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티브로드 협력업체 기사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의 25%(39만4000원) 이상인 상여금과 7%(11만100원) 이상의 복리후생 수당이 포함된다. 개정안 시행일은 내년 1월1일로, 오는 2024년부터는 상여금과 수당 전액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다. 가령 내년에 월 50만원의 상여금과 15만원의 복리후생 수당을 받으면, 11만6000원(월할 상여금-최저임금 산입 상여금)과 3만9900원(복리후생수당-최저임금 산입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5곳 중 개정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설치기사 김모씨는 지난 4월 295만원의 월급(실수령액)을 받았다. 이중 실적급 85만원을 뺀 고정급은 210만원이다. 김씨의 고정급은 기본급 161만5000원, 고정연장수당 12만원, 식대 10만원, 가족수당 6만원, 근속수당 15만원, 통신비 5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 개정으로 식대, 가족수당 16만원 중 5만원이 내년부터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티브로드 설치기사는 식대와 통신비를 합쳐 2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식대 15만원 중 4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홈앤서비스에서 수리 업무를 하는 기사 박모씨의 고정급은 216만원이다. 변동급(연장근로수당+실적급)은 182만원이다. 고정급인 식대는 13만원이다. 내년부터 2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KT의 상품을 설치하는 기사 이모씨는 같은 달 184만7870원을 받았다. 초과근무수당과 실적급 27만원은 별도다. 이씨의 고정급은 기본급(160만원), 자격수당(2만원), 급식비(11만3500원), 통신비(7만원)로 구성됐다. 내년부터 급식비 11만3500원 중 3400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는 식대 10만원을 받는다. 금액이 산입 기준보다 낮아, 최저임금 산입이 불가능하다.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산입 기준금액도 높아진다. 내년 최저임금이 7% 인상될 경우 월 최저임금은 168만3913원(최저시급 8057원), 10%가 인상되면 173만1147원(8283원)이 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7% 오를 경우, 복리후생 수당은 11만7873원이 넘어야 산입할 수 있다. 10% 인상시 산입 가능금액은 12만1180원이다. 식대와 통신비는 인상폭이 낮은 수당 중 하나다. 이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폭 만큼 실제 산입되는 금액은 낮아질 전망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임금 인상폭이 이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된 점도 불안 요인이다. KTS를 제외한 4곳은 노사가 매년 임단협을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한다. 노조 설립 이후 매년 임금인상률을 놓고 노사갈등이 빚어졌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이들 업체의 임금 인상폭도 컸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기본급, 직무수당 등)가 좁은 탓에,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기사는 2017년 기본급 138만원을 받았다. 올해 기본급은 161만원으로 높아졌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이들 업체 노조의 교섭력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이다.
8월 초 내년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이들 업체의 노사는 임단협을 준비 중이다. 노사관계 특성상 4분기 전후로 임단협이 체결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정해져도, 임금인상률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KTS의 한 설치기사는 "업계 평균보다 임금이 낮은데,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임금 인상률이 낮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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