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여행업계)여행사 설립 문턱은 낮고 글로벌 업체는 규제 밖
불황에도 신규 사업자는 증가…낮은 진입장벽→저가경쟁→수익성 악화 악순환
글로벌 OTA 눈속임 마케팅에도 속수무책…"국내 소비자, 불공정 경쟁 희생양"
입력 : 2019-08-23 06:00:00 수정 : 2019-08-23 06: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국내 여행업계가 처한 현실은 '내우외환'으로 요약된다. 최근 5년새 영업이익률이 지난 2014년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끊임 없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여행사수는 1만7585개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2만2544개로 28.2% 증가했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여행사 설립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 데 이어 같은해 이를 완전히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일반여행업의 자본금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국외여행업은 6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국내여행업은 3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각각 절반씩 기준이 낮아졌다. 
 
문제는 여행업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중소 여행사가 난립하고, 국내 시장 파이를 나눠갖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OTA의 공세에 써야할 자원과 시간이 집안싸움을 하는 데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여행업계에 옥석가리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OTA가 국내 시장에서 대등한 조건으로 영업하고 있지 않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무늬만 최저가 마케팅'이다. 국내 기업들은 가격표시제에 따라 여행상품을 팔 때 처음부터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OTA는 해외에 사업지를 두고, 국내에는 연락 사무소나 제휴 업체를 이용하는 영업방식을 택하고 있어 총액요금을 표시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국내 기업은 영업 활동에서, 소비자는 불완전한 정보로 피해를 입더라도 손 쓸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내 환불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라 여행 출발 30일 이내 환불을 요구받을 경우 계약금 전액을 환불조치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글로벌 OTA는 이 규정에서조차 예외다. 오히려 환불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객실을 파격적인 가격에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 여행업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글로벌 OTA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고율의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책정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등 국내 대형 여행사들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항공권 검색엔진 스카이스캐너와 제휴를 중단했다. 항공권 판매 중개수수료를 기존 1.3%에서 1.7%로 30%나 올려줄 것을 요구받자 '더 이상 밑지는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를 끊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는데, 수수료까지 인상되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제휴를 끊었다"며 "여행상품 판매에서도 총액을 표시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는 등 해외 OTA와의 불공정한 경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OTA가 활개를 치며 국내 여행업계를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이를 막을 적절한 정책적 수단이 없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글로벌 OTA의 경우 국내에 사업장이 없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재에 나설 경우 자칫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정위가 소비자 불만과 업체간 불공정을 시정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문체부와 공정위가 글로벌 OTA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부처간 협업을 통해 불공정한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 법인이 존재하다보니 공정위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양지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