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러 대 돌려 타는 '자동차 구독'이 뜬다
짧은 기간 원하는 만큼 합리적 이용 가능…보험료·세금 등 신경 안 써도 돼 편리
2020-04-29 06:03:15 2020-04-29 06:03:15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직장인 김모씨(36)는 자동차 구독을 고민 중이다. 매월 내야 하는 비용은 차를 구매할 때보다 늘어나지만 한번에 1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통장에 남겼다가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을 때 활용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보험금이나 세금 같은 비용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고 차종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동차를 구매해 소유하는 대신 일정 비용을 내고 필요한 기간 동안 사용하고 차종도 바꿀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자동차 소유 욕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두드러지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리하게 차를 이용하려는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월 구독형 서비스인 '현대 셀렉션'을 확대했다. 지난해 시범 운영으로 시작했는데 대기 수요자가 발생할 만큼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대상 차종을 3개에서 6개로 늘렸고 요금제는 72만원 단일 요금제에서 △베이직(59만원) △스탠다드(75만원) △프리미엄(99만원) 등으로 개편했다. 차량은 디지털키와 스마트센스 등 신사양이 탑재된 중상위 트림으로 구성했다.
 
사진/현대차
 
스탠다드나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월 1~2회 차량을 교체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를 이용자로 추가하면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독 요금에는 차량 관리비는 물론이고 보험료, 자동차세와 같은 부대 비용이 포함돼 운전자가 따로 챙기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1개월 이용 후에는 해지가 자유로워 필요한 기간만 편리하게 쓰면 된다.
 
기아차는 '기아 플렉스'란 이름으로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월 129만원의 요금을 내면 K9과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매월 2개 차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플렉스 프리미엄'을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전기차 전용 구독 서비스 '기아 플렉스 EV 라인'을 내놨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구독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 중인데 하반기 정식 서비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스타트업 더 트라이브는 수입차 중심의 중고차 구독 서비스, 비마이카는 카로를 통해 수입차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볼보는 미국과 독일에서 구독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고 포르쉐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닛산은 미국의 도시들에서 서비스 중이다. 플렉스드라이브(Flexdrive)나 헤르츠(Hertz) 등 자동차 업체가 아닌 곳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욕구가 예년만 못하다는 점에서 필요한 기간만 이용하려는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급차가 아닌 일반차는 교통수단으로 여기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소유권을 굳이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20~30대 젊은 층의 운전면허 소지자 비중이 줄어드는 등 차량 구매를 주저하고 있어 자동차 시장에서 탈 소유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구독 서비스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자동차 구매 비용이 평소보다 큰 부담이라 한 번에 많은 돈을 넣지 않아도 되는 구독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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