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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본다
입력 : 2020-10-12 오후 1:45:34
지금은 수백년 내 올까 말까한 역사적 위기이자 기회이다. 위기는 당연히 감염병이고 기회는 인수합병(M&A)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시중에 풀었다. 그 유동성은 주식시장에서 돌고 상장 기업의 자산가치를 높인다. 여기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기업은 다국적 기업 매수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 매물도 많다. 코로나에 버티지 못한 실력 있는 강소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돈 많은 대기업들은 이들 알짜기업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왔다. 이 시점이 지나간 뒤 기회를 잡은 기업과 자리보전만 했던 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것이다. 코로나 방어를 잘 했다고 안심하다간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향후 수백년 국가가 먹고 살 비전이 지금 인수합병 시장 경쟁에 달렸다.
 
역사적으로 세기적 기업들의 출현은 모두 주식시장에 기반한 인수합병에서 출발했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 대들보인 삼성 반도체 역시 출발은 인수합병이었다. 스탠다드 오일, 제너럴 일렉트릭, 아메리칸 토바코, 듀폰 등은 모두 20세기 초 인수합병으로 거대기업을 이뤄 현재까지 글로벌 메이저로 존속한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인수합병 물결을 거치면서 IBM, 보잉, 토탈, 폭스바겐, 다임러벤츠 등 대형화된 기업이 글로벌 순위를 바꿔놨다.
 
인수합병은 시대적으로 유행을 타는 흐름을 보였는데, 수년간 붐이 일다가도 결국엔 꺼졌다. 붐이 일어난 데는 주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합병 매수 물결이 크게 일었을 때 주가도 비례 상승한 현상에 주목해서다. ,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사는 독과점 규제 이슈와 주가 하락에 기인해 등락을 반복해왔는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은 기업들이 결국 세계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게 됐다.
 
듀폰은 21세기 다시 다우와 합병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화학 산업은 중국 자급화로 늘 고민에 빠져 있으나 듀폰에게 그런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각국은 경기부양과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독과점 규제를 풀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 한정해 과점으로 판단했다가도 세계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 합병을 허가해주는 식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동학개미 붐으로 코로나 사태에도 주식시장은 선방했으나, 기업은 투자 세제 혜택이 줄었고 경제력집중 문제로 합병매수는 경제민주화 눈총을 받는다. 기업이 위기대응 전략에만 급급할 뿐 과감한 시도가 어려운 환경이다.
 
기회를 놓치면 진짜 위기가 온다. 지금 수출이 선방하는 데는 반도체의 공이 크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 반도체가 중국에 먹히면 이 좁은 땅덩어리는 진정 수렁에 빠질 것이 염려된다. 반도체는 중국 자본에 먹힐 뻔했으나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트럼프행정부가 뜻밖의 복병이 됐다. 예상 밖 제동은 중국이 본 추격궤도에 복귀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사태로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함에도 ‘홈코노미에 힘입어 IT, 바이오 같은 4차산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물밑 게임의 인수합병 승자가 제2, 3의 듀폰이나 IBM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 큰 그림 속에서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만 같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국내에선 막강한 입지를 세워도 글로벌로 시각을 넓히면 알리바바에 비할 수 없다.
 
인수합병 기회를 살리는 자본력은 주식시장에서 나온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도 모자랄망정 대주주 3억 양도세 형평성 운운하는 실정에 한숨만 나온다.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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