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잇따른 재외공관 성 비위·기강해이와 본부의 부실 처리 지적에 대해 "외교부가 폐쇄적인 남성위주의 조직에서 탈바꿈하고 있는 전환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반복되는 재외공관 성 비위와 기강해이 문제의 원인이 지적됐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국감 기간 불거진 뉴질랜드, 나이지리아, 시애틀 주재 공관 직원들의 비위 문제 반복 원인으로 자체 인사위원회에 처리를 맡기거나 본부 지휘방침을 무시하고 공관장이 임의 처리하는 등 구조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죄송하지만 외교관들이 천박한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며 기강해이 태도도 꼬집었다.
특히 나이지리아 사건의 경우 해당 직원 사표만 받은 채 종결한 이유에 대해 강 장관이 지난 7일 국감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내용이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최근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외교부 부실 대응은 물론 장관 리더십 문제까지 나온다"고도 했다.
이에 강 장관은 "나이지리아 사건 관련해서는 공관 허위보고였다면 저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본부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성 비위와 기강해이 사건 관련해 국회에 보고를 올 때마다 계속 지적해주시고 사건사고 일어나는 건 누구보다 제가 리더십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강 장관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외교부가 수십년간 폐쇄적인 남성위주의 조직에서 탈바꿈하고 있는 전환기가 아닌가 싶다"면서 "그리고 우리사회의, 직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그런 의식에서 볼 때 부당하다고 하는 신고를 좀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할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신고도 조사도 즉각 할 수 있게 돼 사건들이 불거지고 징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장관 책임론에 대해서는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과 대통령이 평가하시면 그에 합당한 결정을 하실 것"이라며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성비위와 갑질 근절을 외교부 혁신의 중요한 부분으로 3년 넘게 이행해온 만큼 끊임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