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지방자치단체에 출연하는 주요 시중은행의 협력사업비가 급등했다.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유치 시 자금 운용을 통한 투자수익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제공하고 있다.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지출되는 출연금이지만, 사실상 금고 유치를 위한 리베이트 성격을 갖는다. 금고 유치를 위한 은행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27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지자체 협력사업비 지출 현황’을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금고 입찰과 관련해 지출한 지자체 협력사업비는 2602억7000만원이었다. 지난 2017년(1243억원)과 2018년(1216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등했다.
주요 지방은행들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이 지난해 지출한 협력사업비는 총 233억3800만원에 불과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 지출을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지방 금고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협력사업비가 가장 크게 불어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협력사업비로 1266억8500만원을 지출하며 전년 197억5000만원 대비 6배 넘게 늘렸다. 서울시금고 출연금 영향으로, 지난 2018년 입찰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기존 금고 사업자인 우리은행보다 약 2000억원 많은 3000억원 규모의 협력사업비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80여곳의 지자체 금고를 운영 중인 농협은행은 지난 2018년 533억3800만원에 이어 지난해 578만1600만원으로 협력사업비 지출이 많았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384억1600만원에서 563억3000만원으로, 국민은행은 39억7100만원에서 111억69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관련 지출이 증가했다. 하나은행 역시 2018년 62억1000만원, 지난해 82억7000만원을 지자체에 제공했다.
은행권의 금고 유치를 위한 과도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평가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금고 사업자 평가기준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고 지역금융 인프라 평가를 강화하는 등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입찰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순위와 점수를 공개해 투명성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도 지난 3월부터 은행들의 각종 출연금에 관한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