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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상장중단·미국 정부 감시강화…앤트그룹 '이중고'
입력 : 2020-11-04 오전 10:20:13
[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중국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를 앞둔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공개석상에서 금융당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창업자 마윈이 당국에 소환된 지 하루 만이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당초 앤트그룹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려고 했단 사실이 보도되면서 앤트그룹은 상장 중단과 미국의 감시·감독 강화 등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는 공고문을 내고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장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측이 이번 조치에 구체적인 기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앤트그룹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는 분석이다.
 
두 거래소는 "이번 조치가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4개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인사(마윈)를 '예약면담'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약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절차다. 
 
전날 금융당국 4개 기관은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비롯해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앤트그룹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소환해 예약면담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면담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마윈의 최근 발언이 최고지도부 심기를 건드려 당국이 그를 소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뉴시스
 
앞서 마윈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당국의 금융 규제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새로운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중국에 적용 중인 '바젤협약'을 '노인 클럽'이라고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과 이강 인민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중국 경제일보는 "이번 조치(상장 연기)는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 감독 기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의 정책을 작심비판한 마윈에게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계획대로라면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기업공개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앤트그룹 상장과 관련, 상하이거래소 일반 공모주 청약에는 2조8000억달러가 몰렸고 청약 경쟁률도 870:1을 넘겼다. 상장 규모는 대략 345억달러(약 39조원)로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상장(294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마윈의 재산은 이번 상장 연기 조치로 재산 가치가 609억 달러에서 581억 달러로 28억 달러(4.6%) 감소했다. 
 
이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4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자국 투자자들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앤트그룹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했지만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앤트그룹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려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질 것을 우려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미국 국무부가 미국 투자자들의 앤트그룹 기업공개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비록 블랙리스트는 보류됐지만 앤트그룹은 이미 미국 정부의 감시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앱 '알리페이'가 중국 베이징의 한 스마트폰에서 실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권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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